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어제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가 잠정 합의했다는 개혁안이란 것을 우리는 결코 개혁안이라고 부를 수 없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정부, 공무원단체가 그토록 외형상 갈등을 초래한 끝에 겨우 합의에 도달했다는 게 이 정도다. 소위 합의안에 따르면 현행 1.9%인 지급률은 20년 뒤인 2035년에 가서야 1.7%로 인하된다. 7%인 기여율 역시 5년에 걸쳐 서서히 9.0%로 인상된다. 퇴직 공무원들이 받는 연금액은 20년에 걸쳐 찔끔찔끔 줄이고, 내는 보험료는 천천히 올리겠다는 얘기다. 그것도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현재 수준으로 향후 5년간 동결한다고 합의했다. 도대체 무엇을 개혁한다는 것인지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

이런 합의안으로는 내년부터 2085년까지 70년간 재정에서 1600조원대 중반 수준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계된다. 현행 기여율과 지급률을 그대로 2085년까지 가져갈 때의 총재정부담 1987조원에서 300조원 정도 절감하는 데 불과하다. 그나마도 수명이 늘어나는 등에 따라 몽땅 날아간다. 장차의 자연적인 조건 변화를 은폐해 놓은 수치상 절감이다. 더구나 재정절감 효과는 최소한 6년 뒤부터 조금씩 나타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애초 추진했던 최소의 수지균형안인 이른바 김용하 교수안(기여율 10%, 지급률 1.65%)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더구나 재정절감액을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강화에 쓰자는 공무원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도 나와 있다.

내년부터 재정에서 하루 100억원씩 보전해줘야 한다며 서둘러왔던 공무원연금 개혁이었다. 불과 하루 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을 제대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개혁이 정치적 흥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식이라면 노동 등 다른 개혁도 하나마나다. 개혁 의지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