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때문에…국민 1인당 315만원 부담
국내에서 규제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규제로 인해 국민 한 명당 315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GDP가 1.6% 증가하고 일자리가 30만개 가까이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9일 한국의 규제비용을 추정한 결과 2013년 기준 총 규제비용은 158조3000억원에 달했다. 그해 GDP의 11.1%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3년 법인세(43조9000억원)의 3.6배, 근로소득세(22조5000억원)의 7배에 달하는 비용이 규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국민 1인당 315만원, 기업 1개당 4306만원에 해당한다.

전경련은 삼성경제연구소가 2008년 채택한 방식을 적용해 시장규제 비용과 행정조사 부담, 납세순응 비용의 합계로 총 규제비용을 산정했다.

시장규제 비용은 정부의 가격 통제, 각종 인허가 등 규제가 없다고 가정할 때 발생하는 국민소득과 실제 국민소득 간의 차이다. OECD가 5년마다 발표하는 시장규제 지수를 바탕으로 규제 지수가 낮아질 때(규제 완화) 발생하는 GDP 증가를 추정했다. 전경련이 추산한 2013년 시장규제 비용은 103조5000억원으로,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한 2006년 비용 65조원보다 7년 새 1.6배로 커졌다.

한국의 시장규제 지수는 1.88로 분석에 포함된 31개국 가운데 27번째로 높았다. 가장 낮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0.92였고 OECD 평균은 1.46이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시장규제를 OECD 평균 수준으로만 개선해도 GDP가 1.6% 늘어나고 29만9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수준으로 개선하면 GDP는 3.7% 증가하고 일자리는 68만여개 창출된다고 전경련은 추정했다.

행정조사 부담은 개인이나 기업이 정부의 행정절차에 대응하기 위해 쓰는 시간과 비용이다. 정부가 등록제였던 화물차 운송사업을 2004년 허가제로 바꾸면서 각종 구비서류와 대기 시간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행정조사 부담 증가 사례다. 전경련은 행정조사 부담액을 43조5000억원으로 계산했다.

납세순응 비용은 세금 보고 등 조세 관련 규제를 이행하기 위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 이외의 지출이다. 법인세를 내기 위해 세금계산서 같은 거래 증빙을 만들고 보관하는 비용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의 납세순응 비용은 11조4000억원으로 분석됐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