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계속 글로벌 경제를 끌고 가는 ‘엔진’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가한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티머시 가이트너 등 전직 미 재무장관 3명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불안한 경기회복세에 미국의 1분기 성장률마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자들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이들 전직 재무장관은 오찬을 겸한 세션에 함께 나와 사회자로 나선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미국 회복이 지체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어느 나라도 아직은 미국을 대신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미국 외교협회(CFR)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루빈은 1995년부터 4년간 재무장관직을 수행하며 임기 중 아시아 외환위기 해결에 관여했다. 폴슨 전 장관은 임기 중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가이트너 현 워버그핀커스 회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그러나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중산층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격차 확대를 줄이기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며, 특히 정치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슨 전 장관은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약화시키는 것은 바로 정치”라고 지적했다. 루빈 전 장관은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조직은 정부”라면서 “정부와 협조하기를 거부하는 의회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최대 이슈는 소득 불평등이 될 것이라며 중산층 복원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이트너 전 장관은 “성장 없이는 소득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중산층을 복원하려면 경제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빈 전 장관은 “근본적으로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정책집행을 제대로 하기 위한 예산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선 폴슨 전 장관만 “내년 초반이 될 것”이라고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가이트너 전 장관은 “합리적이라고 판단될 때”, 루빈 전 장관은 “경제 환경이 뒷받침될 때”라며 구체적 시점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