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고향 마을잔치 45년 만에 '마침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이 매년 울산 울주군에서 열어 온 고향마을 잔치가 45년 만에 중단된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신 총괄회장 고향에서 열던 마을잔치를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재단은 신 총괄회장이 2009년 570억원을 출연해 만든 울산 최대 사회복지법인으로 마을잔치를 주관했다.

신 총괄회장은 1971년부터 해마다 5월 둔기리에서 잔치를 열고 참석해 왔다. 1970년 울산공단의 용수 공급을 위해 대암댐이 건설되면서 둔기리 지역이 수몰되자 마을 이름을 따 ‘둔기회’를 만들고 고향을 잃은 주민을 초청해 왔다.

재단 측은 참석자가 급증해 진행상 어려움이 커진 점을 행사 중단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지난 40여년 동안 둔기회 회원들의 자손이 불어나고, 참석자가 자녀 세대로 내려오면서 운영과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70여가구로 출발한 둔기회 회원이 지금은 1000여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잔치에는 1600여명이 참석했다.

재단은 또 사람이 몰리면서 잔치 장소 인근 주민들이 교통 혼잡 등을 거론하며 집단 민원을 내고 있는 점도 행사 중단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해 44년째 잔치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취소됐다. 잔치비로 책정했던 3억원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기부했다.

재단은 마을 잔치를 그만두는 대신 지역민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재단은 소년·소녀가장 후원, 노인 무료 진료, 소외 아동 선물 전달, 저소득 학생 교복 지원, 중·고교생 장학금 지원, 소외계층 물품 지원, 청소년 클래식 음악회 개최, 노인 방한복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