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중앙대의 대학개혁을 이끈 박용성 전 이사장의 사퇴로 중앙대의 미래가 안갯속에 빠졌다. 리더십을 잃은 중앙대가 대학가에 밀어닥친 생존 경쟁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이사장에 오른 그의 취임 일성은 “중앙대라는 간판만 빼고 다 바꾸겠다”였다. 중앙대는 재단의 재정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활기를 잃고 경쟁력도 허약한 상태였다. 당시 중앙대에 다녔던 한 졸업생은 “오죽했으면 학생들이 과거 재단을 ‘천원재단’(재단전입금이 1000원에 불과했다는 소문에서 유래)이라고 불렀겠느냐”며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낙후된 건물도 문제였지만 교수들도 좀처럼 강의와 연구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 취임 후 중앙대는 두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각종 대학평가 순위가 오르고 강의·연구 환경이 대폭 개선되는 등 경쟁력을 갖춰나갔다. 두산그룹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000억원을 재단전입금으로 출연했다. 교수들을 4등급으로 나눠 엄격히 평가하고 연봉제를 도입해 경쟁 여건을 마련했다. 2010년에는 18개 단과대를 10개로 줄이고 77개 학과를 46개로 통폐합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같은 개혁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구조조정의 위기에 처한 한국 대학 현실에서 선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이 대학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권위주의적으로 ‘불도저식 대학경영’을 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번 ‘막말 이메일 논란’에서 보듯 그는 교수들을 상대로 도를 넘는 발언을 자주 했다. 한 교수는 “박 전 이사장의 ‘Mr. 쓴소리’라는 별명이 이번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보직교수들조차 이사장 앞에서 다른 의견을 낼 수 없는 경직된 분위기를 조성해 사기를 떨어뜨린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관련한 특혜 논란과 검찰 수사는 박 전 이사장이 추구한 대학개혁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하고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이용구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졸업생은 “두산이 경영을 맡은 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이번 일로 학교가 다시 예전 ‘천원재단’ 시대로 돌아갈까 봐 안타깝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