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구치소 갑질 / 조현아 구치소 갑질 사진 = 변성현 기자
조현아 구치소 갑질 / 조현아 구치소 갑질 사진 = 변성현 기자
[ 김근희 기자 ]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은 20일 오후 1시56분께 항소심 결심공판 법정에 들어섰다. 4개월간의 수감 생활 때문인지 조 전 부사장은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 심리로 항소심 결심공판을 받기 위해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중법정 312호에 나왔다. 항소심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질끈 묶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썼다. 조 전 부사장은 힘없이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후 증인 심문이 이어지자 조 전 부사장은 가끔 고개를 들어 증인을 쳐다봤다. 안경을 바로잡거나 물을 마시는 것 외에는 조 전 부사장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4시20분께 여운진 전 대한항공 상무(58) 등에 대한 증인 심문이 끝난 후 재판은 20분간 휴정에 들어갔다. 4시40분에 재개된 재판에서는 항공기 항로 변경죄 혐의에 대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검찰 측에서 사건 당시의 상황을 다시 되짚자 조 전 부사장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의 원심 법정 발언을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구형을 내리는 동안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이미 여론에 의해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며 "두 돌도 되지 않은 어린 쌍둥이 아들을 4개월의 구속기간 동안 보지 못해 피고인은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김상환 부장판사가 피고인들에게 나름의 소회를 밝히라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힘겹게 일어났다. 김 부장판사는 조 전 부사장에게 "앉아도 됩니다"라고 말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작년 겨울 영장 실질 심사를 위해 경황없이 집을 나선 후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4개월이 흘렀다"며 "아이들 생각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는 "지난 시간은 힘든 순간이었지만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며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질타에 정신이 없었으나 구속된 시간 동안 저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울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으로 이 죄를 어떻게 갚아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다시 한 번 박창진 사무장과 김도희 승무원, 당시 비행기를 탔던 승객과 승무원, 국민들께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에 앉은 후에도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였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재판은 오후 7시38분께 끝났다. 긴 재판에도 법정에 마련된 102개의 방청석은 꽉 찼다. 일부 방청객들은 서서 재판을 관람했다.

김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진행된 법리적 쟁점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밝혔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달 2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