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기업고객 유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타깃 삼아 기업고객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하자 국민은행은 “그런 일 없다”고 맞받아치고 나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조용병 행장 주재의 경영전략 회의에서 국민은행의 공격 영업을 논의했다. 국민은행이 올 들어 기업대출을 크게 늘리기로 하고 신한은행과 거래하는 소규모 사업자와 중소기업 고객을 핵심 타깃으로 삼아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자산 규모 등에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작년 12월 말 대비 2조3500억원, 소호 대출은 1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반면 신한은행의 소호 및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268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소호 등 중소기업 여신 부문에서 국민은행이 우리(신한은행) 고객을 많이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은행 고객을 유치한 지점엔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을 높여주고 고객을 유치하는 직원에게 포상금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본사에는 국민은행의 공격 영업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영업점들의 보고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호 및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지점장 전결권을 확대하고 대출금리도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의 위기감이 상당해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이런 주장에 국민은행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량 기업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특정 은행 고객을 빼앗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건 아니다”며 “KPI 배점을 더 주거나 포상금을 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