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 인근 팽목항서 '인양 선언', 민심수습, 실종자 가족 보듬기도
부모 흉탄에 잃은 경험 언급하며 "고통 벗어나 용기갖고 살아가길"
세월호법 시행령 논란에는 원론적 언급만…유족, 재차 반발할 듯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선체 인양을 약속하며 '유족 보듬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민정수석을 제외한 청와대 수석 이상 참모들을 이끌고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최근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발표를 언급하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체 인양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훨씬 진전된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선체 인양에 나서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희생자 1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편 다시 슬픔과 고통에 휩싸인 유가족을 위로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날 예정인 박 대통령은 출국 직전 가장 진정성 있게 위로와 추모의 뜻을 전할 수 있는 곳에 참석하기 위해 다양한 추모행사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박 대통령은 결국 세월호가 가라앉은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팽목항을 찾아 공개적으로 선체 인양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1주기 민심 악화를 수습하고 정부에 대한 유족의 반발 수위를 누그러뜨리면서 진정성을 나타내 보 일 수 있는 장소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수개월 간의 수색 작업에도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9명에 대해서도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실종자 가족을 배려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유족들이 절차 중단을 요구해 온 배·보상에 대해 "앞으로도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해 피해 배·보상도 제때에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족들의 요구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제는 가신 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그분들이 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고통에서 벗어나셔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시기를 바란다"며 유족들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갑자기 가족을 잃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부친과 모친을 모두 흉탄에 잃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좌절은 희망을 잃게 하고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 간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다시 일으켜세워 살아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선체 인양 및 배·보상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정부와 유족 사이의 쟁점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유족이 반발할 여지는 아직도 남은 것으로 보인다.

참사 특별조사위의 업무범위 축소나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의 이유로 유족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폐기를 요구해온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해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고, 이에 따라 민관 합동 진상규명 특별조사위가 출범해 곧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접 주재한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점검회의'에서 '원만한 해결'을 지시하며 시행령안 수정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이날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것으로 해석되지만 유족들이 이를 놓고 또다시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팽목항 분향소에 머물던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참사 후 변하지 않는 정부 대응과 진행규명 절차 논란에 대한 항의 표시로 갑작스레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현장을 떠나 이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함을 짐작케했다.

박 대통령은 팽목항 대국민 메시지 발표 전 이들을 직접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이에 대한 가족들의 사실상 '보이콧'으로 무산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