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워런 버핏의 위대한 유산
올해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벅셔해서웨이를 인수한 지 50년째 되는 해다. 버핏은 주식 투자의 달인이다. 그는 망해 가는 뉴잉글랜드의 조그만 섬유회사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2월 말 주주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 50년간 회사 주가가 182만6163%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간 평균 상승률은 21.6%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 주가 상승률 9.9%를 훨씬 웃돈다.

버핏의 초기 투자는 주가가 저평가된 부실기업을 싸게 매입해 나중에 되파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지속적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후일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이 된 로스앤젤레스의 변호사 찰리 멍거를 만난 것이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멍거의 권유에 따라 우량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들인 뒤 최대한 장기 보유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코카콜라, 웰스파고, IBM 등 초우량기업의 주요 주주가 됐다. 빈번한 사고팔기, 부적절한 사업 다각화, 과도한 수수료 지급 및 과다 차입을 적정한 투자수익 창출 기회를 저해하는 주범으로 인식했다. 기업의 잠재적 내재가치에 주목한 장기 보유를 가장 효과적인 투자방식으로 판단했고 역사는 그가 옳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업적은 벅셔해서웨이를 경쟁력 있는 복합기업으로 키운 점이다. 애플, 구글, 엑슨모빌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네 번째 큰 기업이 됐다. 일부 학자들은 복합기업이 문어발식 사업다각화로 조직의 효율성과 경영실적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벅셔해서웨이는 본사에 25명의 관리 인력만 두고 회사별 독립경영을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와 견실한 기업성장 전략을 추구하며 임직원 34만명의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그는 ‘2+2는 언제나 4’라는 투자원칙을 고수했다. 이런 정석투자를 낡은 방식이라고 비판하면 “지갑을 닫고 여행을 다녀온 뒤 몇 년 뒤에 싼 가격에 투자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매년 봄 오마하에서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4만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해 버핏과 멍거의 여섯 시간에 걸친 열강을 경청하는 것도 버핏의 투자 지혜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올리브 홈스 전 미국 대법관의 말처럼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지혜의 특권이다.

버핏의 투자 패턴은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 인수를 계기로 크게 변모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의 3G캐피털과 또 한 번 손을 잡고 식품회사 크래프트를 460억달러에 인수하고 하인즈에 합병해 세계 5대 종합식품회사로 키울 계획이다. 280억달러 매출에 시가총액만 800억달러에 달한다. 과거에는 인수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투자수익만 노리는 보수적 투자를 보인 반면 근래에는 대규모 인력 감축, 비용 삭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버핏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일 것이다. 미국 제2의 부호지만 50년째 중산층 주택에 살고 있다. 8.4%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코카콜라를 하루 다섯 캔씩 먹는 소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1991년 빌 게이츠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인 기부 활동에 나섰다. 350억달러를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에 기부했다. “열성은 성공의 열쇠,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라는 공유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유산을 남겨주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어록에서 사회에 대한 깊은 헌신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신문 기고에서 연간 100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부유층에 대해 ‘최저한세율’ 이상으로 세금을 매기자는 소위 ‘버핏세’를 제안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하고 하위 5분위 계층의 8%만이 상위 1분위 계층으로 이동하는 심각한 경제 불균등 사회에서 버핏의 주장은 용기 있는 지성인의 일갈이었다. 한국도 갈수록 중산층 비율이 줄어들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사회학자 기 소르망의 말처럼 우리 사회가 무자비한 사회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의 자기 희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버핏의 삶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가 아닐 수 없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