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무차관 330조원 의회에 보고…협상전략 해석도

그리스 정부가 과거 나치 정권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를 점령해 피해를 입힌 대가로 독일 정부가 치러야 할 배상금 규모를 2천787억 유로(약 330조 원)로 계산했다.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그리스 재무차관은 6일(현지시간) 저녁 의회에 이같이 보고했다고 독일 dpa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애초 그리스 의회 내 관련 위원회와 대법원은 사전 조사를 거쳐 배상액수를 2천690억∼3천332억 유로 선으로 산출한 바 있다고 유럽전문 매체인 더로컬이 전했다.

따라서 마르다스 재무차관이 제시한 수치는 이 구간 내에서, 나치 정권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로 차입했다는 돈의 의무상환금과 점령기간 약탈을 비롯한 범죄행위 피해배상금을 합쳐 추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 정부가 이처럼 공식적으로 배상금을 구체적인 수치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라고 dpa 통신은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수십년간 과거 그리스 정부와 개별 시민들이 피해 배상을 요구해 왔지만, 세부 수치를 정부 차원에서 거론한 데 주목한 해석으로 보인다.

최근 구제금융 협상에 매달리고 있는 그리스 좌파 정부는 지난 1월 총선 직후부터 나치 배상금 문제를 거론하며 독일과 각을 세워왔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그리스 새 정부의 협상 전략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나왔다.

그리스 정부가 배상 요구 그 자체 외에 부수적으로 독일의 도덕성을 건드리며 이 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그리스 새 정부가 초기 이 이슈를 들고 나왔을 때부터, 이미 1960년 1억1천500만 마르크를 그리스에 지불했고 그것으로 배상 문제는 일단락된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러면서 극도로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며 그리스에 대한 반감을 키워왔다.

독일 연방정부 '넘버 2'인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그리스의 이번 수치 제시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하건대, 어리석은 소리(dumm)"라고 일축했다.

그는 구제금융 협상과 배상 요구는 전혀 관계 없는 문제라며 이런 식의 주장은 그리스 안정화 진전에 한 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