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후원자' 최윤 회장, 유망주 발굴 등 직접 나서 '안산의 기적' 일궜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사진)의 얼굴엔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환한 미소가 번졌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이 지난 1일 최강자 삼성화재를 누르고 창단 2년 만에 우승하자 그는 “안산 주민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자 했던 각오가 기적을 만들어 냈다”고 감격했다.

경기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2014~2015 V리그 챔피언 결정전 3차전. 최 회장은 OK저축은행 선수들의 스파이크가 상대편 코트에 내리꽂힐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OK저축은행은 통산 8회 우승, 7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삼성화재를 세 판 연속으로 꺾으며 챔피언에 올랐다.

OK저축은행 배구단 선수들이 지난 1일 V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구단주인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 OK저축은행 제공
OK저축은행 배구단 선수들이 지난 1일 V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구단주인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 OK저축은행 제공
OK저축은행이 우승한 것은 기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2013년 9월 창단한 신생팀이 프로배구 무대를 평정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한번 해보자’며 배구단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내가 OK저축은행 배구팀의 열혈 팬”이라며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OK저축은행 배구경기 티켓을 가져오면 금리를 더해주는 적금 상품도 내놓아 1만253명이 가입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사실 OK저축은행 배구단은 창단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3년 배구단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우리카드에 밀렸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 등 대부업체와 저축은행까지 두고 있지만 ‘대부업체로 시작했다’는 편견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랜 기간 인수를 준비해 온 직원들이 허탈감에 눈물까지 흘렸다. 이를 본 최 회장은 배구협회를 적극 설득해 신생팀 창단 승인을 받아냈고 곧바로 배구단을 출범시켰다.

그 다음엔 짜임새 있는 선수단 구성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학교 추천을 받아야 신인 드래프트에 나설 수 있었던 경기대 3학년 ‘빅3(송희채·송명근·이민규)’를 잡기 위해 김기언 경기대 총장을 찾아가 설득했다. 최 회장의 정성에 감동한 김 총장은 이들의 프로 진출을 허락했다.

지난해엔 쓴맛을 봤다. 11승19패를 기록, 7개 팀 중 6위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올해 목표는 남달랐다. “세월호 사고로 실의에 빠진 안산 주민들에게 기쁨을 주자”는 것이었다. 팀 슬로건도 ‘We Ansan(우리는 안산이다)’으로 지었다. 유니폼에는 ‘We Ansan’과 ‘기적을 일으키자’ 두 문구를 새겨 넣었다. 최 회장은 선수단에 “프로구단이 연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우승”이라며 “기적을 일으켜보자”고 선수단을 독려했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으로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 중이던 시몬을 영입해 전력도 보강했다. 김세진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에 녹아든 시몬은 파괴적인 공격력을 보일 뿐 아니라 팀의 맏형 역할을 하며 배구단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OK저축은행이 창단 2년 만에 우승하자 스포츠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연간 구단 운영비는 약 50억원이고 팀이 승리할때 임직원에게 승리 수당으로 지급한 돈이 약 75억원이다. 사회공헌 및 마케팅 비용 등을 합치면 150억원 정도의 돈을 배구단 운영에 썼다.

하지만 우승을 통해 얻은 유무형의 가치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분석이다. OK저축은행이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등 대표적 금융회사와 겨루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노란색 우승 티셔츠를 입고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감격에 겨워하던 최 회장은 “OK에 삼성화재 같은 팀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늘 감사한다”며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또 다른 기적을 향해 OK저축은행도, OK저축은행 배구단도 계속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