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일 오후4시27분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오릭스PE코리아-자베즈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당초 예정된 주식매매계약서(SPA) 체결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태도에 촉각

오릭스 측은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에 지난달 31일로 예정된 현대증권 SPA 체결 시점을 한 달가량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오릭스 측은 본입찰 당시 제안한 인수 구조를 일부 변경하겠다는 의사도 산업은행 측에 전달했다. 동반매도권을 가진 나타시스은행 지분(4.74%)을 인수 대상에서 일단 제외하고 자베즈파트너스와 현대그룹 간 파생상품계약(TRS·토털리턴스와프)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상선(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22.6%만 인수하겠다는 의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구조 변경 등으로 인한 매각 성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생각”이라며 “일단 계약시한을 한달 연장한 뒤 SPA체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자베즈와 현대그룹 간 TRS 계약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사모펀드(PEF) 등록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TRS 계약은 기준가격(주당 8500원) 이상으로 현대증권 주가가 오르면 현대상선이 수익의 80%를 가져가고 기준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주당 5000원까지 현대상선이 손실을 보전하도록 돼 있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인수합병(M&A) 담당 변호사는 “이런 TRS 구조는 과거에 허용됐지만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옵션부 투자규제 합리화 대책 때문에 금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금융위는 “옵션부 투자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PEF가 대주주와 스와프 등 각종 파생상품을 활용해 사실상 추가수익을 보장받는 계약 등은 관련 법령에 따라 금지한다”고 못을 박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옵션부 투자 규제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TRS 거래 구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TRS 거래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한 이후에도 회사 경영에 계속 관여하는 ‘파킹 거래’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오릭스 측 인수자금의 29.9%(1990억원)를 펀드 투자자(LP)로 재출자한다는 점과 향후 5년 후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갖는다는 점 등도 파킹 거래 가능성의 근거다.

◆오릭스 “인수구조 적법” 자신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파인스트리트는 인수 조건이 변경된 만큼 오릭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릭스 측은 “SPA 체결 시점을 연기한 것은 현대그룹, 산업은행과 협의해 결정한 일”이라며 “대형 법무법인(세종)과 협의해 적법한 방식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베즈 관계자는 “새로 체결할 TRS는 손실 보전을 위한 풋옵션을 없앴고 기존에 있었던 담보도 받지 않았다”며 “지분 거래 규모가 10% 미만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TRS(total return swap)

주식 매입자가 투자에 따른 수익과 리스크를 주식의 원래 소유자(매각자)와 나눠 갖는 대신 고정된 이자 수입을 얻는 파생거래다.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실을 기존 주식 소유자로부터 보전받는 대신 기존 소유자는 주가가 올라 발생한 이익을 갖는 구조로 설계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