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의 보물에서 슈틸리케호의 보물이 된 이재성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지난 시즌 전북은 2위 수원에 승점 14점 앞선 압도적인 우승팀이었다. 득점 2위 이동국, 도움 2위 레오나르도에 한교원, 이승기, 김남일, 신형민, 윌킨스, 이주용, 권순태 등의 화려한 선수단과 명장 최강희 감독이 함께 일궈낸 성과였다.



그러나 국가대표급 베스트11을 지닌 전북에서 신인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선수가 있었다. 이재성이 그 주인공이다. 최강희 감독은 채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한 이재성을 곧바로 중용했고, 이재성은 최강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렇게 이재성은 K리그가 주목하는 스타가 됐다.



1년 전 최강희 감독이 그랬듯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이재성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봤다. 그리고 A매치 데뷔전에서 주전 윙포워드 자리를 내줬다. 이번에도 이재성은 감독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선배들의 경기력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재성만큼은 밝게 빛났다.



현대축구에서 감독들은 ‘템포’를 강조한다. 촘촘한 간격 유지와 강한 압박이 대세가 된 현대 축구에서 느린 템포의 공격으로는 수비 조직을 흔들 수가 없다. 원터치 패스와 패스 앤 무브를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재성이 빛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지난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이재성은 거의 모든 패스를 원터치로 처리했다. 좋은 위치 선정과 넓은 시야,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전술 지능, 탁월한 테크닉이 결합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재성은 측면과 중앙을 폭넓게 오가면서 볼을 가진 선수에게 패스 코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고, 자신이 패스를 받으면 지체 없이 원터치로 볼을 처리해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이재성에게 볼이 투입되면 마치 2배속으로 돌린 듯 경기 템포가 빨라진 것은 이런 이유다. 화려한 돌파 없이도 팀 전체의 공격 속도를 높이는 이재성의 지능적인 플레이는 슈틸리케 감독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이재성을 향한 찬사는 비단 공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상대를 압박했고, 일대일 대결에서도 좀처럼 밀리는 법이 없을 정도로 균형 잡힌 공수 능력을 보여줬다. 무의미한 움직임 없이 언제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던 이재성의 판단은 A매치 데뷔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냉정했다.



우리 대표팀의 고질병 중 하나는 볼 소유 능력 부족이다. 성실하고 활발한 압박을 바탕으로 쉽게 볼을 빼앗아내지만, 볼을 빼앗는 속도만큼이나 빼앗기는 속도도 빠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볼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 패스 코스를 만드는 습관의 문제다. 패스를 주는 선수와 받는 선수뿐만 아니라 볼을 갖지 않은 제3의 선수가 활발히 움직일 때 빠른 볼 처리가 가능해지고 볼 점유율도 높일 수 있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그런 습관이 부족하다.



이제 겨우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재성에게 축구팬들이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팀 공격에 유연성을 더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지닌 선수기 때문이다. 볼 소유를 강조하고 만들어가는 공격을 중시하는 슈틸리케 감독이 콕 집어 이재성을 칭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북의 보물에서 슈틸리케호의 보물이 된 이재성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정진호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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