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제 강화·일부 전공 통폐합…'학과제 폐지' 중앙대와 반대 행보

지난해 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얻기 위해 서울 시내 각 대학이 학사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22일 건국대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201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기존의 학부제를 폐지하고 전공별로 학생을 뽑는 학과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예술디자인대학·정보통신대학 등 일부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기존 73개 학과를 63개 학과로 축소한다.

이 같은 내용의 학사 구조조정안은 최근 건국대 교무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를 통과했다.

이는 지난달 말 중앙대가 학과를 없애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학사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건국대의 구조조정안에 따라 학과제로 바뀌는 학부는 상경대학·정치대학·경영대학·공과대학 등 4개 단과대다.

상경대학은 경제학과·국제무역학과·응용통계학과 등 3개로 나눠 뽑으며 정치대학은 정치외교학과·행정학과·부동산학과 등으로 모집 단위가 세분화된다.

경영대학은 경영학과·기술경영학과로, 공과대학 기계공학부는 기계공학과·기계설계학과로 나눠 선발한다.

건국대 측은 신입생의 학과제 모집과 일부 학과 통폐합에 대해 "학과제를 확대·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과제 모집으로 변경해 1학년부터 학생들이 전공을 정한 뒤 교수들이 밀착 진로지도를 하려 한다"며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고 취업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통폐합 대상이 된 학과 소속의 일부 학생들은 이번 학사구조조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건국대 공예학과 3학년 정경우(23)씨는 "학교가 통폐합하겠다고 한 공예학과와 텍스타일디자인학과는 같은 예술디자인대학 소속이긴 하지만 학문 자체가 다른데 통폐합해 버린 것"이라며 "총학생회도 학교로부터 갑작스레 이 사실을 전달받아 학생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외대도 지난달 전체교수회의에서 단과대별 광역단위 모집 철폐안을 통과시키고 2016학년부터 학과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앙대는 지난달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 학과제 자체를 없애고 교수와 학생이 단과대학에 소속되는 식으로 학사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각 대학이 학과제 폐지 혹은 강화로 양분해 학사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교육부의 구조개혁 평가와 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국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구조개혁 평가를 의식해 학사 체질을 개선하려 하지만 기업의 산업 수요만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신입생을 학과별로 뽑아 학과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갖는 기존의 진리탐구와 학문연구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