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서 동시 군사훈련…"러-서방 대결 냉전시절 수준 근접"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발트해 연안 합동 군사훈련에 맞서 전투태세 점검 훈련에 돌입한 러시아군이 발트3국 인접지역과 크림 반도에 각각 신형 미사일과 핵폭격기를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 발트 3국에 인접한 서부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신형 미사일 '이스칸데르'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500㎞의 단거리 전술 미사일로 핵 또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군사 훈련 기간에도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칼리닌그라드에 배치했다가 다시 본 기지로 복귀시킨 바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과 나토가 유럽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면 칼리닌그라드에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상시 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러시아는 또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해 러시아로 병합된 크림반도에 장거리 핵 폭격기 '투폴레프(Tu)-22M3'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발트해 인근의 러시아 북서부 해역을 방어하는 북해함대와 서부 군관구 소속 부대들에 전면 경계태세에 돌입하고 전투태세 점검 훈련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오는 21일까지 계속되는 이 훈련에는 병력 3만8천명과 군사장비 3천300여대, 함정 41척, 잠수함 15척, 전투기 및 헬기 110대가 동원된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훈련에는 북해함대와 서부군관구 소속 부대들 외에 다른 지역 부대들도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 공보실은 이번 훈련과 관련 사할린에 주둔 중인 동부 군관구 소속 기계화 부대에도 최고 수위 전투태세 돌입 명령이 내려졌다고 소개했다.

이에따라 동부 군관구 소속 부대들에서 3천명의 병력과 1천여대의 군사장비가 훈련에 참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부 발틱 함대 소속 함정 및 잠수함 20여 척, 남부 흑해함대 소속 해병 부대 등도 훈련에 가세할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이같은 대규모 군사훈련은 미국과 나토의 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은 지난 9일부터 3개월 일정으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서 '애틀랜틱 리졸브'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모스크바의 군사전문가 빅토르 무라호프스키는 "이번 훈련은 발트3국과 폴란드를 포함한 동부 유럽 국가들로 미군이 파견되는 데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군사 전문가 콘스탄틴 마키옌코는 "정치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이 냉전 시절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이유미 기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