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선 비중 커 1㎞당 9원 비싸지만 속도는 13% 빨라
과거 건교부 장관 발언도 논란
국토부·코레일 "요금체계 원칙 따라야"

다음달 2일부터 운행되는 호남고속철도의 요금이 비싸다는 불만 때문에 호남 지자체들이 요금 인하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당 요금을 단순 비교하면 호남고속철도 용산∼광주송정(303.8㎞) 구간은 154원으로 경부고속철도 서울∼동대구(293.1㎞) 구간(145원)보다 9원 비싸다는 것이다.

일반실 성인 기준 용산∼광주송정 구간은 4만6천800원으로 서울∼동대구(4만2천500원)보다 4천300원 비싸다.

이런 운임 차이는 용산∼광주송정 구간의 고속선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장진복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변인은 "지역 간 차등 없이 같은 운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16일 말했다.

코레일은 국토교통부가 2011년 고시한 고속선, 기존선의 요금 상한선을 기준으로 운임을 산정하고 있다는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1㎞당 고속선은 163.31원, 기존선은 103.66원이 적용된다.

용산∼광주송정 구간은 고속선과 일반선이 각각 279.1㎞, 24.7㎞이며 서울∼동대구 구간은 고속선 223.6㎞, 일반선은 69.5㎞다.

최단 소요시간은 용산∼광주송정이 1시간 33분이며 서울∼동대구는 1시간 41분이다.

평균 속도는 용산∼광주송정이 시속 196㎞로 서울∼동대구(시속 174㎞)보다 약 13% 빠르다.

같은 속도라면 운행거리가 10.7km 더 먼 용산∼광주송정 구간이 서울∼동대구 구간보다 4분이 더 걸려야 하지만 고속선 비중이 큰 덕분에 속도가 빨라 오히려 8분이 덜 걸린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도 대전·대구 도심 구간(약 45㎞)에 고속선이 건설되면 요금이 올라가므로 용산∼광주송정과 서울∼동대구 구간의 1㎞당 요금은 비슷해질 것이라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특히 용산∼광주송정 구간이 아닌 용산∼목포와 용산∼여수 구간의 1㎞당 요금을 따지면 각각 142원과 120원으로 지금도 서울∼동대구나 서울∼부산(139원)보다 싸다.

이는 광주송정역까지만 고속선이 깔렸고 나머지 구간은 일반선이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장 대변인은 "지역 간에 다른 요금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5년 추병직 당시 건설통부 장관의 발언도 호남고속철도 요금을 낮춰달라는 근거로 활용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국회에서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역이 천안아산역이 아닌 오송역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오송을 거치느라 거리가 늘어나 요금 부담이 커진다고 최인기 의원이 지적하자 추 장관은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오송으로 우회하면 거리가 15∼16㎞ 늘어난다.

현재 기준으로 요금이 2천500원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장관이 그렇게 답변하긴 했지만 이듬해 만들어진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도노선은 지역의 의견과 기술적 가능성, 정부 정책 등으로 결정되는 것인데 우회한다고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라면 서울에서 대구 갈 때는 중간에 대전을 거쳐서 돌아가니 깎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면서 "현재의 요금체계 원칙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남고속철도의 수요 진작을 위해 코레일이 경부선보다 평균 10% 가까이 요금을 할인해주는 등 실질적 혜택을 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서울에서 광주까지 1시간 33분만에 운행하는 KTX는 하루 1편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운행편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코레일 측은 "열차의 가·감속과 승객의 승하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정차역 1곳당 4∼7분이 걸린다"면서 "정차역이 많으면 소요시간은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