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저축은행·여전업계에 '합리적 대출금리' 당부

취임 3개월째를 맞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업계와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조용히 시장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원장은 지난 3일과 10일 저축은행 업계, 여신전문금융 업계와 잇따라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어 업계 건의사항을 듣고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감독방향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진 원장은 13일에는 증권업계를 만나고 이후 이달말까지 은행권, 보험업계 등 전 업권과 차례로 소통할 계획이다.

진 원장의 이런 행보는 지난달 신뢰, 역동성, 자율과 창의를 3대 기조로 한 '금융감독 쇄신 및 운영방향'을 발표하면서 금융사 경영진과 만나 금융현안을 토의하고 금융감독 방향에 대한 평가와 입장을 청취하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그가 간담회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자율'이다.

그는 "영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감독방향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업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업계 스스로 법규 준수, 내부통제 강화, 사고예방 등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내부통제에 대한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립해 내부통제가 우수한 금융사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미흡한 금융사를 엄정하게 제재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합리적인 금리운영'도 강조했다.

특히 저축은행에 대해선 "일부 저축은행이 차주의 신용도와 무관하게 고금리를 부과하면 저축은행 고객군에서 우량고객이 이탈하고 채무상환 능력이 열악한 차주만 남는 '레몬시장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가 추진중인 신용평가시스템(CES)를 고도화하고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합리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주문이다.

여신전문금융사를 향해선 "지속적인 시장금리 인하 추세에도 카드대출 등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대출금리 및 수수료 운용체계, 민원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재점검해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라고 강조했다.

업계도 다양한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저축은행업계는 영업활성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 BIS비율 등 자율성 확대,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규제완화 등을 요청했다.

여전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 보완, 민간기업과 공공기관간 공공정보활용 확대, 해외진출 지원 강화, 보험대리점·중고차 판매업 등 영위업무의 확대, 내부통제 기준 차별적 적용 등을 건의했다.

금융업계는 진 원장의 이런 소통방식을 반겼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CEO는 "공개적이거나 요란하지 않게 간담회를 열어 허심탄회하게 애로사항을 전달할 수 있었다"며 "진 원장이 얘기한 물밑에서 시장과 조용히 소통하는 호수의 백조처럼 시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감독방향에 반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양현근 민국저축은행 대표, 이건선 부림저축은행 대표 등 주요 대표들이 참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 원장이 저축은행, 여전업계와 먼저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들이 서민금융기관으로 대형 금융사보다 애로사항이 많고 서민금융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