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8일(현지시간)부터 '서머타임'으로 통칭되는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가 시행됐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서머타임제의 효과에 대한 '무용론'이 만만치 않다.

생체리듬을 깨면서까지 굳이 1년에 두 번씩이나 인위적인 시간대를 만들어 '시간과의 싸움'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이날 '일광절약시간제가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머타임제 시행 이후 수면, 교통사고, 심장마비, 학교·회사생활 변화상을 짚었다.

신문에 따르면 이븐 해리슨 영국 리버풀 소재 존 무어대 수면전문가는 "서머타임 시행은 수면 1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생체리듬에서 영향은 1주일 이상 지속된다"고 밝혔다.

특히 환절기에 시행되는 서머타임제는 시행 첫 닷새간 수면의 양과 질을 평소보다 10% 이상 떨어뜨린다.

'올빼미형'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들에는 그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서머타임이 시행되면 고교생 상당수가 깨진 생체리듬 탓에 첫 3주간 수면부족을 심하게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2009년 '수면의학' 저널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또 서머타임이 심장마비 가능성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특히 서머타임 첫날이 월요일인 경우 심장마비 발생 가능성이 5∼10% 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리의 체내 세포에는 자체적인 시간 시스템이 있어 특정 시간에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를 예측하는데 인위적 시간조정으로 혼선을 빚게 되는 게 심장마비 원인 중 하나라는 것.
하지만, 교통사고를 놓고서는 엇갈린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서머타임 시행으로 낮에 주행을 많이 하게 돼 사고가 준다는 가설과 운전자들의 수면부족으로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서머타임제 효과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확산하면서 이 제도의 폐지를 논의하는 주도 늘고 있다.

현재 서머타임 폐지를 논의하는 주는 11곳에 이른다.

알래스카와 아이다호, 텍사스, 유타, 워싱턴 주는 서머타임 폐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뉴멕시코 주상원은 지난 달 26일 서머타임을 1년 내내 유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플로리다와 일리노이, 오리건, 미주리, 네바다 주도 '서머타임 고정제'로 바꾸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하와이와 함께 서머타임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애리조나 주에서는 올해 초 필 로바스 주하원의원이 시행 법안 제출 의사를 밝혔다가 강한 반대에 부딪쳐 철회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