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은 공공재" vs "무임승차는 곤란"
지난 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인터넷망 사업자들의 서비스 차별을 금지하는 망중립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강화를 공표한 뒤 열린 통신업계 최대 행사여서 자연스레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폭넓은 재논의가 이뤄짐에 따라 국내에서도 망중립성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망중립성 논란 가열

망중립성은 통신사들이 자사 인터넷망을 쓰는 기업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특정 콘텐츠 사업자에 돈을 더 받고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망중립성에 어긋나는 행위로 간주한다. 인터넷은 전기나 수돗물처럼 공공재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망중립성 원칙이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번 깔아놓으면 한동안 추가로 크게 투자할 필요 없는 상·하수도 등과 달리 인터넷망은 끊임없이 기술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회장은 3일 MWC 기조연설에서 FCC의 망중립성 강화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구글의 무인자동차와 다양한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이 망중립성을 침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데이터 양이 급증하고 종류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서비스 차등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망중립성 원칙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축제인 MWC에 등장해 냉대를 받은 톰 휠러 FCC 의장은 앤 부베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사무총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정말 인터넷에 아무런 원칙이 필요 없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최소한의 원칙으로서 망중립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들도 촉각

망중립성 이슈가 재점화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해외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등 주요 국가 정책이 국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에서는 통신사업자가 추가 요금을 받고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기존 인터넷 품질을 저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다. 인터넷은 공공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은 있다. 2012년 KT가 과도한 트래픽을 문제 삼아 삼성전자 스마트TV를 차단한 사건, 카카오톡이 메신저 인기를 바탕으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을 출시했을 때 통신사들이 속도 제한을 통해 이용을 막은 사건 등이 망중립성 논쟁의 대표적 사례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 기반 미디어 콘텐츠(OTT) 사업자가 망 투자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특정 속도에 대해 요금을 별도 측정하는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망중립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망중립성 논의가 시작된 2011년 말 호텔 비유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네트워크를 깔아놨더니 구글 애플 이런 회사들이 돈 한 푼 안 내고 들어왔다”며 “호텔을 지어놨더니 로비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반대로 망중립성을 완화해 사업자들이 프리미엄 요금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