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지쳤다…부담 적은 동네서 집 사자" 서울 강서·강동·서대문구 거래 확 늘었다
최근 들어 중저가 주택이 주택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의 주택 거래량은 줄어드는 반면 중저가 주택이 많은 비(非)강남권의 주택 거래량은 늘고 있다. 아파트보다 다세대주택의 거래량 증가폭이 더 크다.

경기 김포 등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의 분양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수도권 중저가 주택이 단연 인기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수도권에서 2억~5억원대 주택을 매입하는 영향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중저가 주택이 거래량 증가 주도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모두 8587건으로, 2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량 증가는 비강남권의 중저가 주택이 주도했다. 강서구는 632건이 거래돼 지난해 2월(401가구)보다 57.6% 늘어났다. 이어 △강동구(543가구) 41% △서대문구(261가구) 30% △금천구(143가구) 26% △성북구(473가구) 24% △노원구(823가구) 23% 등의 순으로 거래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지난해 2월에 비해 거래량이 줄었다. 강남구(532가구)가 15.8% 감소했으며 서초구(463가구)는 7%, 송파구(458가구)는 10% 줄어들었다.

연립·다세대주택의 거래 증가도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수도권에서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1.5%나 늘어났다. 단독·다가구주택 거래량도 37.9% 증가했다. 이에 반해 아파트 거래량은 29.4% 증가에 머물렀다.

◆저가 분양시장에 실수요 몰려

분양가격이 3.3㎡당 1000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수도권 분양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김포는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세난이 심해지자 인근 서울 강서구, 인천 등에서 실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100% 완판(완전판매)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GS건설이 김포 한강신도시 인근에서 작년 5월 분양에 들어간 한강 센트럴자이는 지난 1월 모두 팔린 데 이어 최고 2000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형성됐다. GS건설은 분양시장이 뜨거워지자 2차 분양시기를 5월에서 이달로 앞당겼다. 박희석 분양소장은 “분양가격이 서울 외곽 전세가격 수준”이라며 “전세난에 지친 서울 강서, 인천, 경기 부천·일산 지역 수요자들이 김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캐널시티(639가구)도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로 나온 경기지역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0%대다. 이 지역 낙찰가율이 90%를 넘은 것은 2008년 5월(92.8%) 이후 처음이다. 중소형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4%에 달한다.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87%대에 머물렀다. 경기권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원동력은 2억원대 이하의 낮은 감정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경기지역 아파트 물건의 평균 감정가는 2억7200만원대로 서울 평균치(5억7300만원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난에 지친 서민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집을 사고 있다”며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권 주택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