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학교 숙제도 도와주시고 게임도 같이 하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싶어요. 엄마, 아빠 일찍 오세요!"

4일 퇴근 시간을 10여 분 앞둔 정부서울청사 행정자치부 스피커에서 갑자기 여자 어린이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여자 어린이의 '깜짝 방송'에 이어 익숙한 여자 동료의 목소리를 들은 행자부 직원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가족사랑의 날'이에요. 회식은 다음 기회로 미루시고 6시 정시에 퇴근하셔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가족사랑의 날은 행자부가 '일하는 방식 혁신'의 일환으로 '정시 퇴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벌이는 부내 캠페인이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에는 두 차례 부내 방송으로 가족사랑의 날이라는 것을 알리고 정시 퇴근을 독려한다.

그러나 국회·정부 업무보고나 현안 등으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퇴근을 하지 못하는 직원이 적지 않고, 일부 간부 사원은 '번개 회식'을 제안해 부하 직원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최근 행자부 부내 게시판에서는 가족사랑의 날에 부하직원들에게 저녁약속을 확인하는 국·과장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아직도 일부 간부들이 장관의 변화의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댓글까지 달려 더 화제가 됐다.

행자부는 가족사랑의 날이 확실히 뿌리내리는 방안을 고민하다 부내 안내방송에 직원이나 가족들을 직접 출연시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날 첫 방송의 주인공은 부내 부부인 윤정주 사무관과 박진숙 주무관, 그리고 아들 문성(7)군과 딸 지민(5)양이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일상적인 전자음성 방송이 아니라 생동감이 넘치는 가족의 목소리가 직접 들리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채택했다"면서 "앞으로는 각 부서가 돌아가며 직원의 생생한 목소리로 가족사랑의 날 안내방송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