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을 전격 결정했다.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늘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전망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는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4일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장중 300만원을 기록했다. 1주당 가격이 300만원 이상에 거래된 것은 SK텔레콤(2000년 4월19일) 이후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해 8월13일 사상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6개월 만에 300만원에 도달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30%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300 황제주'에 등극하면서 액면분할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증시 사상 처음으로 주당 300만원을 넘겼던 SK텔레콤은 2000년 2월11일 장중 최고가인 507만원까지 기록한 뒤 10대 1 액면분할 후 같은 해 4월24일 재상장됐다. 미국에서도 전세계 최대 규모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미국의 애플은 지난해 5월 7대1 액면분할을 실시, 주주 친화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액면 분할은 이론적으로 주가에 영향은 없지만, 유동성 부문이나 거래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은 화폐의 액면가를 하향 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과 유사하다는 것. 가치의 변화는 없지만 거래 상의 불편함을 없애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액면분할이 초고가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만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연초부터 상승해온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상승 속도는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다음달 21일 종가를 기준으로 10분의 1로 줄어든다. 종가가 300만원일 경우 다음 재상장 기준가는 30만원이다. 분할 후 주식수는 현재 보다 10배 증가한다. 보통주는 기존 584만5849주에서 5845만8490주로, 종류주는 105만5783주에서 1055만7830주로 늘어난다.

한편 현재 주가 50만원 이상의 고가주는 아모레퍼시픽과 롯데제과, 롯데칠성, 삼성전자, 영풍, 아모레G, 태광산업, 오리온, 남양유업, LG생활건강, 롯데푸드, NAVER, 오뚜기, KCC 등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