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발(發) 배당 압박] "국민연금 평가때 주주권 행사여부 반영"…'기업 관치'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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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委 파행
금융위·복지부·기재부 '주주권 강화' 3각 압박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 가진 266社 초긴장
금융위·복지부·기재부 '주주권 강화' 3각 압박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 가진 266社 초긴장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관여할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 금융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위해 관련 법을 정비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는 기업 배당을 올리기 위한 ‘주주권 행사 지침’ 마련을 강행할 태세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 평가에 주주권 행사와 사회적 책임 투자를 반영할 방침이어서 기업 경영에 ‘관치’가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의 ‘3각 압박’
복지부는 26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과소배당 기준 마련과 저배당 기업 명단 작성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주주제안은 5월 기금위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신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배당확대를 비롯한 경영 간섭에 대해 기업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절충안’이었다. 안전장치도 마련된 만큼 “배당지침의 통과는 유력하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었다. 게다가 이틀 전 실무평가위원회에서 논의도 끝냈고, 실무평가위원회를 거친 안건이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없어 배당지침 통과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강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경영간섭에 강력히 반발하며 퇴장으로 응수한 것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기업마다 경영 상황과 투자 계획 등이 다른데 국민연금이 마련한 잣대로 배당의 과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올해 첫 기금위에서 ‘배당 지침’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지만 의견수렴을 거쳐 추후 기금위에 안건을 다시 올릴 예정이다. 법적으로도 배당 확대 요구가 경영권에 관여하는 게 아닌 것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작년 12월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를 개정해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가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족쇄’를 풀어줬다. 배당 압박을 위한 행위에 ‘법률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기재부도 가세했다. 기재부는 38개 공적 연기금 평가(국가재정법 82조에 근거)에서 국민연금만 따로 떼 해외 연기금과 비교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기금운용평가 지침’을 바꾸기로 하고, 평가 항목에 주주권 행사 및 사회적 책임 투자 여부를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당 집착 말고 투자 다변화해야
국민연금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84조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26일 시가총액 1423조원)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작년 말 기준으로 266개사에 달한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배당은 기업 고유의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 중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배당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당이 국민연금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1%에서 2013년 51.5%로 커졌다.
한완선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2~3년간 국내 주식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져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운용 수익을 늘리려면 해외나 다른 투자 상품으로 분산해야지 배당을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동휘/서기열 기자 donghuip@hankyung.com
◆정부의 ‘3각 압박’
복지부는 26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과소배당 기준 마련과 저배당 기업 명단 작성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주주제안은 5월 기금위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신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배당확대를 비롯한 경영 간섭에 대해 기업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절충안’이었다. 안전장치도 마련된 만큼 “배당지침의 통과는 유력하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었다. 게다가 이틀 전 실무평가위원회에서 논의도 끝냈고, 실무평가위원회를 거친 안건이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없어 배당지침 통과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강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경영간섭에 강력히 반발하며 퇴장으로 응수한 것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기업마다 경영 상황과 투자 계획 등이 다른데 국민연금이 마련한 잣대로 배당의 과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올해 첫 기금위에서 ‘배당 지침’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지만 의견수렴을 거쳐 추후 기금위에 안건을 다시 올릴 예정이다. 법적으로도 배당 확대 요구가 경영권에 관여하는 게 아닌 것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작년 12월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를 개정해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가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족쇄’를 풀어줬다. 배당 압박을 위한 행위에 ‘법률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기재부도 가세했다. 기재부는 38개 공적 연기금 평가(국가재정법 82조에 근거)에서 국민연금만 따로 떼 해외 연기금과 비교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기금운용평가 지침’을 바꾸기로 하고, 평가 항목에 주주권 행사 및 사회적 책임 투자 여부를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당 집착 말고 투자 다변화해야
국민연금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84조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26일 시가총액 1423조원)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작년 말 기준으로 266개사에 달한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배당은 기업 고유의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 중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배당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당이 국민연금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1%에서 2013년 51.5%로 커졌다.
한완선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2~3년간 국내 주식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져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운용 수익을 늘리려면 해외나 다른 투자 상품으로 분산해야지 배당을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동휘/서기열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