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모든 걸 세수부족 탓으로 돌리지만 대규모 불용예산이 연속으로 반복된다는 건 예산안 수립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세수전망이 엉터리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처음부터 정액 편성이 됐더라면 지난 2년간 19조5000억원에 달했다는 세수부족 압박도 덜했을 테고 재정운용의 탄력성 또한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예산 불용액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공공자금관리기금만 해도 그렇다. 기재부 5조원, 금융위원회 1조원 등 이것만 해도 6조원으로 전체 불용액의 35%를 차지한다. 특별회계 가운데서도 농어촌구조개선 2조2000억원, 에너지 및 자원사업 1조3000억원 등 부실 편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는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불용액 내역이야말로 세출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본다. 증세 논란보다 더 급한 게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이다. 복지다 뭐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세출에 세입을 적당히 끼워맞추는 식의 예산편성 과정을 손보지 않는 한 지금처럼 대규모 세수부족과 예산 불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 2013년 불용예산도 16조1000억원으로 전쳬 예산의 7.7%에 이르렀을 정도다. 예산이 ‘고무줄 편성’됐다는 증거들이다. 52조원을 훌쩍 넘어선 국고보조금도 중복 지원, 유용, 부정수급 등으로 줄줄 새는 판이다. 이번 기회에 세출예산 거품부터 확실히 걷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