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2년 연속 발생한 대규모 불용예산의 원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본지 2월25일자 A1, 5면에 따르면 청와대가 정밀 점검에 들어간다고 하니 곧 답이 나오기는 할 것이다. 2008~2012년 연평균 5조5000억원 규모이던 불용예산이 2013년 18조1000억원, 2014년 17조4900억원으로 폭증한 것 자체가 부실예산의 증거라는 의심도 가져봄직하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목표치보다 덜 걷힌 게 주된 원인이라고 항변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예산은 돈 없다고 안 쓰면 그만인 것인지, 그런 예산이라면 애초 편성은 왜 한 것인지 등의 의문은 그대로 남는다.

기재부는 모든 걸 세수부족 탓으로 돌리지만 대규모 불용예산이 연속으로 반복된다는 건 예산안 수립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세수전망이 엉터리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처음부터 정액 편성이 됐더라면 지난 2년간 19조5000억원에 달했다는 세수부족 압박도 덜했을 테고 재정운용의 탄력성 또한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예산 불용액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공공자금관리기금만 해도 그렇다. 기재부 5조원, 금융위원회 1조원 등 이것만 해도 6조원으로 전체 불용액의 35%를 차지한다. 특별회계 가운데서도 농어촌구조개선 2조2000억원, 에너지 및 자원사업 1조3000억원 등 부실 편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는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불용액 내역이야말로 세출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본다. 증세 논란보다 더 급한 게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이다. 복지다 뭐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세출에 세입을 적당히 끼워맞추는 식의 예산편성 과정을 손보지 않는 한 지금처럼 대규모 세수부족과 예산 불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 2013년 불용예산도 16조1000억원으로 전쳬 예산의 7.7%에 이르렀을 정도다. 예산이 ‘고무줄 편성’됐다는 증거들이다. 52조원을 훌쩍 넘어선 국고보조금도 중복 지원, 유용, 부정수급 등으로 줄줄 새는 판이다. 이번 기회에 세출예산 거품부터 확실히 걷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