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구제금융 연장 승인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국제 채권단 내부에서는 그리스 정부의 개혁안이 좀더 보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25일 dpa,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함께 '트로이카' 채권단에 속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연장안에 일단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우선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그리스 정부의 일부 개혁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면서 향후 논의가 그리스의 정책 범주안에 그대로 머문다면 성공적이지 못할 수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구제금융 4개월 연장을 조건으로 그리스가 수정해 제출한 개혁안이 기존 안과 비교해 최소한 동등하거나 더 나은 방안을 담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와 IMF가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는 자문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그리스 구제금융 추인을 앞둔 독일 등 유로존 의회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합의로 당면한 위기는 피했다"면서도 그리스의 개혁안에 살을 붙여 입법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뤼셀의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다수가 여전히 유보적 태도를 갖고 있지만 일단 파국을 피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안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에 긴축 기조 유지를 압박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여당에 합의안 지지를 주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다만 '주된 과제는 아직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한 독일 의원이 전했다.

이에 비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총리는 합의안에 대해 "좋은 타협"이라고 반겼고,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도 "긍정적 해결"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의 당직자는 오는 27일로 예상되는 의회 표결에서 이번 합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낙관했다.

독일 의원들은 그러나 그리스의 개혁 이행 의지에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 의회들이 이번 합의안을 추인하면 그리스 부채를 둘러싼 주요 당사자들은 이를 구체화하는 전체 합의안을 오는 4월 말까지 마련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