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중소기업부 건강담당 기자)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보건당국이 인플루엔자(독감)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독감환자는 지난달 중순(11~17일) 1000명당 14명에서 4주 연속 증가해 이달 들어 29.5명으로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이번 설 연휴 기간에 독감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유행하는 독감은 지난해 말 예방백신 접종을 맞았어도 걸릴 수 있다. 겨울철에 유행하는 독감 유형에 맞게 접종한 백신이 이번 인플루엔자와 다르기 때문이다. ‘백신 미스매치(vaccine mismatch·불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예측했던 것과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해 홍콩·인도 등 북반부를 중심으로 독감이 대유행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16일 현재 인플루엔자로 291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이 중 204명이 사망했다. 홍콩에서 독감 사망자가 200명을 웃돌며 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이유도 백신 미스매치 때문이다. 현재 홍콩에서 유행하는 독감은 H3N2 바이러스로 당초 WHO가 예측한 바이러스와 다르다.

질병관리본부는 “독감은 환자 기침이나 콧물 등의 분비물을 통해 쉽게 감염된다”며 “독감을 예방하려면 손 씻기, 기침 에티켓(휴지, 옷깃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 등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 명절은 귀향·귀경으로 피로해지고 노약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독감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독감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손을 자주 씻고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감·인플루엔자 막는 건강습관

이번 설 명절 동안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추운 날씨에도 죽지 않는 노로 바이러스는 이곳저곳에서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무기는 항생제도 아니고, 명의(名醫)도 아니다. 전문의들은 겨울 바이러스를 이기는 방법으로 일상생활 속 건강습관을 추천한다. 또 독감은 4월까지도 유행할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이 낫다고 당부했다.

인플루엔자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도 전염 수단은 결국 손이다. 바이러스는 몸 밖에 나와 수 시간 생존 가능하다. 환자나 잠복기 감염자의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문고리, 전화기, 손잡이, 악수 등을 통해 손으로 옮아 온다. 손만 잘 씻어도 감염성 질환의 70%가 예방된다. 손의 바이러스나 세균은 손톱 밑, 엄지손톱 주변, 손가락 사이, 손금 등에 있다. 손 씻을 때 이 부위를 비누를 써서 흐르는 물에 씻어내야 한다.

◆기침 에티켓·마스크 착용

기침할 때 나오는 침 방울은 최대 6~7m 날아간다. 주변에 바이러스를 묻힐 수 있다. 기침을 맨손으로 막으면 다량의 바이러스가 손에 묻어 전파 수단이 된다. 기침이 나오면 티슈로 막고 휴지통에 버리거나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소매 안쪽에 해야 한다. 찬 공기가 직접 코와 폐로 들어오는 것을 줄여준다. 바이러스는 호흡기 점막이 차고 건조할수록 잘 달라붙어 생존한다. 마스크를 쓰면 콧속 습도와 온도를 높여서 바이러스 침투도 줄일 수 있다. 감염자라면 기침하면서 침 방울이 가족이나 타인에게 튀지 않도록 배려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날음식 주의하기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20~30 % 떨어진다. 겨울철 외출할 때 우리 몸에서 체열 손실이 크게 일어나는 부위가 목이다. 이곳은 피부가 얇아 외부 낮은 기온에 열을 잘 뺏긴다. 목도리는 이런 열 손실을 줄이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다. 노로 바이러스는 영하 20도에서도 산다. 기온이 차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음식은 섭씨 80도 이상으로 가열해서 먹어야 한다. 채소나 과일 등 날음식을 먹을 때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궈야 한다. 노로 바이러스는 오염된 음식과 물을 통해 옮겨질 수 있으니 음식 조리 전에는 도마, 칼 등 조리 기구와 손을 세정제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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