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복지를 얘기하는 것처럼 중소기업 정책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07년 회장에 선출된 뒤 연임에 성공해 8년간 중기중앙회장직을 수행했던 그다. 재임 중 중소기업계 현안이던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5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등 적지 않은 업적을 남겼다. 그런 만큼 그가 던진 충고의 무게가 다르게 와 닿는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법과 제도가 계속 남발되다 보니 아무 기업이나 혜택을 보는 역설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수백개에 달하는 정부 지원책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중소기업이 곳곳에 깔렸다고 할 정도다. 김 회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많은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을 보편적 무상복지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성공했다는 중소기업조차 정부 지원에 중독돼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극구 회피한다는 상황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김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공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제대로 골라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치권도, 정부도 표가 많고 목소리가 큰 쪽으로 쏠리는 탓에 구조조정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에서 ‘혁신’이니 ‘경쟁력’이니 하는 말은 있으나마나 한 상황이 됐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할 일을 중소기업이 하게 해서 시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을 사자에, 중소기업을 토끼에 비유하는 등 이분법적 시각을 완전히 떨쳐낸 건 아니지만 그의 처지로서는 용기 있는 발언을 내놨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더니 시장이 오히려 죽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사실은 지금은 많이 알려졌다. 김 회장이 이런 생각을 좀더 일찍 공론화했더라면 정책도 조금은 다른 성숙한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차기 회장은 떠나는 김 회장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