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캠퍼스 살림살이 '초비상'
기부금의 80% 고소득층…세액공제로 혜택 절반 줄어
등록금 인상도 어려워…재정마련에 '전전긍긍'
연세대·이화여대 등 동문기업에 모금 캠페인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대학의 지난해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의 10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 수와 기부액이 2013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대에 1000만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는 226명으로 2013년(240명)보다 14명 줄었다. 이들이 기부한 금액도 257억원에서 241억원으로 6% 감소했다. 중앙대는 고액 기부자가 147명에서 107명으로 급감했고, 기부액도 65억원에서 45억원으로 약 30%(20억원)나 줄었다. 한양대 역시 기부자 수(79명→71명)와 기부액(23억원→20억원)이 감소했다.
다른 대학들은 고액 기부금 약정 실적 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한 사립대 총장은 “기부금과 관련된 세금 혜택이 축소된 사실을 아직 모르는 동문도 적지 않다”며 “작년보다는 올해 더 줄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축소된 세금 혜택이 가뜩이나 위축된 기부문화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고등교육기관 기부금 실태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04년 1조1306억원이던 4년제 일반대학 기부금 모금 총액은 2012년에는 5089억원으로 줄었다.
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도 1000만원 이상 고액기부 급감
대학들은 10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 수와 기부액이 동반 감소한 이유로 기부금과 관련된 세금혜택 축소를 꼽고 있다. 기부금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그동안 고액을 기부해왔던 고소득층이 기부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확 줄어든 세금혜택
2013년에는 과세표준 1억원인 사람은 1000만원을 기부할 경우 세율 35%를 적용해 350만원을 공제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소득과 관계없이 기부금 3000만원 이하는 15%를 공제받는다. 1000만원을 기부하면 15%인 150만원만 공제받게 되는 만큼 세금 혜택은 200만원 줄게 된다.
과세표준이 10억원으로 높아지면 세금혜택은 더 축소된다. 이 표준에 있는 사람이 5000만원을 기부할 경우 과거엔 세율 38%를 적용해 1900만원의 혜택을 봤다. 하지만 올해는 기부금 3000만원까지 세액공제 15%를 적용받고, 3000만원 초과분인 2000만원은 세액공제 25%를 적용해 모두 950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종전보다 세금 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세액공제로 전환된 여파로 예년 같으면 연말에 몰렸던 고액 기부자들이 지난해 말엔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부 포기하거나 금액 줄여
주요 대학에서 고액 기부금이 전체 기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정도로 크다. 지난해 가까스로 현상을 유지한 일부 대학은 올해를 더 걱정하고 있다. 특히 신규 약정자 모집과 기존의 기부자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대학마다 비상이 걸렸다. 한 대학에선 해마다 기부했던 고액 기부자가 올해 들어 세무컨설팅을 받은 뒤 혜택이 크게 줄자 기부를 포기한 사례도 나왔다.
기존 기부자들은 금액을 줄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대 관계자는 “매년 정기적으로 내는 고액 기부자들도 조금씩 약정액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가뜩이나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다. 올해도 서울대와 연세대가 등록금 인하를 결정했고, 이화여대가 등록금을 동결했다.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 인상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도 동문” 대학들 캠페인
기부금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의 주요한 자금원이었다. 세제개편의 영향으로 기부금이 줄자 대학들은 “그래도 동문밖에 없다”며 앞다퉈 모금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성균관대는 동문기업들에 ‘동문기업’임을 인증하고 매년 기부금을 받는 ‘SK KU Family’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문기업 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회사를 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지난해 이 캠페인에는 55개 업체가 참여해 4931만원을 기부했다.
이화여대는 ‘선배라면’이라는 기부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동문들이 1만원 이상의 금액을 기부하면 졸업한 학과에 해당 금액이 전해지는 방식이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직접 기부를 실천하면서 동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정 총장은 매년 저서에서 나오는 인세 전액을 연세대에 기부금으로 내고 있다. 김상준 연세대 대외협력처장은 “기부는 정부 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교육 투자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기부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호/윤희은/홍선표/오형주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