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0일 오전 11시29분

[마켓인사이트] 뉴욕 '직상장 1호' 매그나칩,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위기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는 처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상장한 매그나칩반도체가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매그나칩은 자금난을 겪던 하이닉스(현재 SK하이닉스)가 2004년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해 만든 법인이다. 이후 미국 금융회사에 팔렸으나 ‘파산보호(챕터 11)’에 들어갔다가 기사회생해 뉴욕증시에 입성하는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그러나 1000억원에 가까운 분식회계가 적발되면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의 외부감사인인 삼일PwC는 지난해 감사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 매그나칩 감사위원회를 통해 정밀 감사를 벌인 결과 과대 계상이 확인됐다. 분식 규모는 800억~9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그나칩은 최종 납품처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에 제품을 공급하기 전에 대리점에 넘긴 물량을 매출로 인식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그나칩이 발표한 2012년 매출은 8935억원(8억196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6% 늘었고 순이익은 2107억원(1억9330만달러)으로 2011년의 8배에 달했는데, 이 실적의 상당 부분이 부풀려진 것이라는 얘기다. 2006년부터 8년간 매그나칩의 최고경영자를 맡았던 박상호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급작스럽게 퇴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이와 관련, 매그나칩에 재무제표를 13일까지 다시 제출하지 않으면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한 안에 재무제표를 내지 못하면 2500억원(2억2500만달러) 규모 채권의 조기 상환 요건이 발동돼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박준홍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이사는 “매그나칩은 이미 투자 부적격인 ‘B+’ 등급으로, 기한 내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추가로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그나칩은 2004년 미국 시티벤처캐피털(CVC)에 팔린 이후 과도한 금융비용에 허덕이다 결국 2009년 ‘챕터11’에 들어갔다. 이후 최대 채권자인 미국 애비뉴캐피털(지분율 22.4%)에 인수된 뒤 석 달 만에 ‘챕터11’에서 탈출했고 2011년엔 뉴욕증시 직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국전력과 KB금융지주 등이 미국에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2차 상장한 사례는 있었지만 직상장은 매그나칩이 유일했기 때문에 화제가 됐다.

비메모리 분야 세계 8위 수준인 매그나칩은 파운드리(위탁생산)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구동칩, 전력 반도체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충북 청주와 경북 구미에 생산공장이 있으며 직원 수는 3500여명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