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특성화高…취업률 50%도 안된다
전국 특성화고의 평균 취업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특정 분야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설립 목적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특성화고 졸업생 3명 중 1명만이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취업률이 높은 마이스터고와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50% 못 미치는 취업률

10일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수한 ‘특성화고등학교 취업률’ 자료에 따르면 전국 484개 특성화고의 2013~2014년 졸업생 평균 취업률은 45.3%였다. 특성화고 졸업생 2명 중 1명도 채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졸업생 중 취업을 택하지 않은 학생은 진학, 군 입대 등으로 진로를 결정하거나 구직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률이 가장 높은 학교는 전남미용고로 80.7%였다. 경남해양과학고와 남해정보산업고가 각각 80.0%로 뒤를 이었다. 이어 부산해사고(79.7%), 서울여자상업고(79.4%) 순이었다.

평균 취업률 90%가 넘는 마이스터고 등과 비교했을 때 특성화고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특성화고가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성화고는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학교다. 하지만 이번 조사 대상인 484개 특성화고 중 취업률이 20%에 못 미치는 학교가 22개에 달했고 10%가 안 되는 곳도 10개나 됐다. 취업률이 가장 낮은 학교는 이천세무고로 2.9%에 불과했다. 한국게임과학고(3.7%), 울릉고(5.4%)가 뒤를 이었다.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줄긴 했지만 특성화고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가기 위해 오는 학생도 있고 ‘선취업 후진학’보다 ‘선진학 후취업’을 택하는 학생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적 직장도 못 구해

특성화고 졸업자들이 정규직을 구하는 비율은 평균 78.2%였지만 전체 취업률이 낮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졸업자 비율은 전체의 35.4%로 높지 않았다. 이는 마이스터고 졸업자 중 정규직 취업자 비율인 89.6%보다 54.2%포인트 낮은 수치다.

편차도 심한 편이었다. 전남미용고, 금산하이텍고, 한국경마축산고 등 39개 학교는 취업자의 100%가 정규직으로 고용됐다. 반면 부산해사고, 영광공업고 등 17개 학교는 정규직 취업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원주금융회계고, 금성여자상업고, 경주마케팅고, 인천하이텍고, 용문고, 이천세무고는 정규직으로 취업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취업자 전원이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한국치즈과학고는 취업률이 7.5%, 한국게임과학고는 3.7%에 불과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마이스터고에 비해 낮고 고용형태도 불안정한 것에 대해 “학생들의 중학교 성적이 낮거나 대입 특별전형을 노려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직업교육의 몰입도가 떨어진다”며 “특성화고도 어린 나이에 적성을 찾아 기술을 익히고 빨리 취업전선에 나서도록 학생을 지도하는 본연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