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British Petroleum) 미국 정유공장 노조가 '안전 보장과 과도한 시간외 근무 금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 주 화이팅과 오하이오 주 톨리도의 BP 정유공장 노동자 1300여 명이 전날 오전 0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 내 3만여 정유업계 노동자를 대표하는 미국철강노조(USW)는 지난 6일 BP 측에 이 사실을 사전 통보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9개 정유·화학공장 노동자들이 지난 1일부터 '쉘'(Shell Oil Co.)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동맹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정유업계에 압력이 되고 있다.

BP 화이팅 정유공장에는 1860여 명이 근무하며 이 가운데 1100여명이 USW에 가입해있다. BP 톨리도 공장은 전체 직원 약 600명 가운데 300여 명이 노조원이다.

노조원들은 현장을 나와 공장 인근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USW 화이팅 지부장 데이브 댄코는 "이번 파업은 임금이 이슈가 아니라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측이 설비 자동화를 이유로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 40시간 근무제'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USW 대변인은 미국 정유업계 노동자 평균 연봉은 7만 달러(약 7700만 원)라고 전했다.

일리노이 주 워렌빌의 BP 사무소 측은 "업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직원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시대에 맞는 전환을 해나가고 있는 때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BP 대변인은 "파업 노동자 일손을 은퇴자들과 전직 일선노동자들로 충원해 생산에 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USW는 영국·네덜란드 합작 정유회사 '쉘'의 미국 사업체 노사협약이 지난달 말로 종료된 후 새로운 협상안 도출에 실패하자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주 9개 정유·화학공장 3800여 노조원에게 파업을 명령했다.

USW는 지난 5일 쉘 측의 6번째 제안을 거부했으며 다음 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파업을 시작한 9개 공장과 BP 2개 공장의 정유 생산 능력은 미국 전체 생산량의 13%에 해당한다며 "정유·연료터미널·파이프라인·화학공장 등 200여 개 사업장이 소속된 USW가 총파업을 벌일 경우 미국 연료 생산량 64%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