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는 시청자 혹은 청취자에게 각종 정보, 지시 사항 등을 목소리로 전달하는 직업을 가리킨다. 과거 아나운서는 방송국에 소속된 상태로 TV·라디오의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스포츠중계,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되면서 예능프로그램 진행을 맡거나 게스트로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방송국 아나운서들은 대중들이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뒤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진출하는 추세다. 방송국 직원 신분에서 방송국과 출연 계약을 맺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전문 방송인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오정연 아나운서 /사진=변성현 기자
오정연 아나운서 /사진=변성현 기자
KBS 32기 전원 퇴사…꿈 찾아 떠나는 아나운서

지난달 5일 KBS에 사표를 제출한 아나운서 오정연은 한 달 만인 지난 5일 면직 공문 발령이 나면서 퇴사가 결정됐다. 이로써 아나운서를 끝으로 KBS 아나운서 32기(전현무·이지애·오정연·최송현)는 기수 전원이 프리랜서로 나서게 됐다.

서울대학교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오정연은 지난 2006년 KBS 공채32기 아나운서로 방송활동을 시작했으며 ‘도전 골든벨’, ‘무한지대 큐’, ‘체험 삶의 현장’, ‘생생 정보통’ 등 교양프로그램이나 교양 성격이 강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녀가 최근 ‘SM C&C’와 접촉 중이며 향후 SM C&C 소속인 입사동기 전현무와 함께 예능 MC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현무의 경우 현재 가장 각광받는 방송인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2003년 조선일보 43기 공채기자, YTN 8기 공채 아나운서를 거쳐 KBS 32기 공채 아나운서로 KBS에 입성한 그는 지난 2012년 KBS에 사표를 제출하고 현재 KBS를 제외한 방송국 등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는 아나운서 출신답게 수려한 말솜씨와 영어·중국어 등 출중한 외국어실력, 뛰어난 진행능력에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유머감각까지 갖춰 이경규·유재석·강호동·신동엽 등을 잇는 차세대 MC로 주목받고 있다.

이지애 역시 지난해 5월 퇴사 이후 최근 예능프로그램인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E채널 ‘용감한 작가들’ 등을 통해 방송계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연기자로 전향한 최송현을 제외하면 KBS 공채 32기 아나운서 출신들은 모두 예능프로그램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아나운서들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뉴스·교양 프로그램보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눈도장 찍을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성주다. 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동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김성주는 케이블TV ‘한국스포츠TV’를 거쳐 지난 1999년 MBC에 입사했다. MBC 입사 전 스포츠 케이블 방송 캐스터로써 다수의 스포츠 중계 경력을 가진 그는 주로 교양 성격이 짙은 예능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러던 중 2006년 독일월드컵 중계를 전담하면서 일약 스타 아나운서로 발돋움했고 이 인지도를 바탕으로 ‘황금어장’, ‘느낌표’, ‘일밤’ 등의 진행을 맡게 돼 더 큰 사랑을 받았다. 김성주는 2007년 3월 돌연 프리를 선언했는데, 당시 ‘자신을 키워준 MBC를 배신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한동안 방송을 쉬어야 했다.

하지만 김성주는 스포츠중계 캐스터와 ‘슈퍼스타K’ 공개방송 진행 등을 맡아 재기에 성공했고 현재는 다수의 예능프로그램과 스포츠중계를 통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 이유를 방송 채널 증가에 찾고 있다. 시청률을 견인할 수 있는 방송인 수요가 증가한 상태에서 기본적인 신뢰감에 더해 진행 실력까지 인정받은 아나운서들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프리랜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방송국 소속일 때와 천양지차라는 것도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방송인 전향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다.

돈·명예·갈등 이유 제각기…“점차 신뢰도 떨어진다”

뉴스진행 등을 통해 무게감과 신뢰감을 갖춘 아나운서들 중에서는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정계에 발을 담근 케이스도 다수 존재한다.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은 제17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바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이다.

1978년 문화방송에 입사해 MBC에서 기자와 앵커로 활동한 그는 제15대 총선에 출마해 전주시 덕진구에서 당선되며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2005년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2007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제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경합을 벌였으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제18대 총선에서 당의 요청으로 서울 동작 을에 출마해 정몽준 후보에게 패해 낙선했지만 2009년 4.29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서 국회의원에 복귀했다. 강남 을에 전략 공천된 제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당 상임고문의 직함만 가지고 있다가 올해 1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하고 국민모임에 입당했다.

과거 ‘명량운동회’ 등 예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변웅전 전 KBS·MBC아나운서는 지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자민련 소속으로 서산·태안 지역구의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제17·18대 총선에서도 각각 자민련과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동 지역구에 도전한 그는 제17대에는 낙선하고 제18대에는 당선돼 정계 생활을 이어나갔으나 비례대표로 출마한 제19대 총선에서는 금배지를 사수하는데 실패했다.

이 밖에도 MBC 출신 아나운서 한선교 의원은 지난 제17대부터 줄곧 용인시 을·수지구·병에서 차례로 당선에 성공해 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KBS·SBS 아나운서를 지낸 이계진 전 의원은 제17·18대 강원 원주시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유정현 전 의원도 SBS 아나운서를 거쳐 제18대 총선에서 중랑구 갑에 당선된 바 있다.

문지애, 오상진, 서현진 등은 사측과의 갈등으로 프리를 선언한 경우다. 2012년 파업에 참가한 MBC 아나운서들은 비제작부서인 사회공헌실을 비롯해 아나운서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라디오PD 등으로 발령받았고 2013년 4월 법원의 ‘부당 전보’ 판결이 내려진 후에야 아나운서국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보복성 인사를 전후로 다수의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 퇴사를 결심한 것이지 사측과 갈등이 그 원인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지만 MBC 노조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이 제대로 된 일을 얻지 못해 무척 힘들어 했었다”며 사측의 보복으로 회사를 떠난 것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방송 관계자들은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 러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뉴스와 정보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들의 무게감이 예능 진출로 점차 가벼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국에서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모가 출중하거나 끼가 있는 아나운서들을 예능에 출연시킨 것이 이 같은 상황을 불러온 원인이 된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