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샤오미 알리바바 등이 본격적인 인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인도 뉴델리에 마련된 삼성전자 매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인도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샤오미 알리바바 등이 본격적인 인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인도 뉴델리에 마련된 삼성전자 매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인도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장에 뛰어든 장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삼성 애플 샤오미 알리바바 등이 인도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인도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은 찾기 어렵다. IT 인력이 우수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도 강하다. 하드웨어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 역시 기대할 만하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중국의 대안 시장이라는 측면도 크다.

“12억명 거대시장을 잡아라”

[Smart & Mobile] 삼성·애플·샤오미 '인도 상륙작전'…12억 시장서 IT 패권 다툼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에서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삼성 Z1’을 출시했다. 출고가는 5700루피(약 9만9000원). 저가폰 시장 공략이 목표다. Z1은 출시 10일 만에 5만여대가 팔려나가는 등 반응이 좋다. 삼성은 Z1 외에도 갤럭시E 시리즈 등 저가폰을 앞세워 공세 수위를 점차 높여갈 방침이다.

애플도 올해 인도 아이폰 판매량을 지난해의 세 배인 30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에 500개의 애플 관련 유통점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매특허로 불렸던 ‘온라인 판매 전략’도 버리기로 했다.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인도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5%를 밑돈다. 샤오미는 이런 시장 특성을 감안해 올해부터 인도 통신회사 에어텔의 133개 매장에서 오프라인 판매에 나선다. 샤오미는 지난해 인도에 진출해 5개월여 만에 스마트폰 100만대를 팔아치우기도 했다. 인도 현지 IT업체들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맥스 카본 등 현지 업체들은 저가폰을 중심으로 꾸준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 시장의 잠재력은 여러 수치로 뒷받침된다. 우선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보급률이 80%대 안팎인 한국이나 70%를 넘어선 중국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그만큼 남아 있는 파이는 지천이다. 계산기를 두드리면 더욱 그림은 명확해진다. 인도 12억명 인구 가운데 휴대폰 사용자는 약 7억7000만명. 이 중 스마트폰 이용자가 20%를 조금 웃돌아 잠재고객이 5억명가량 남아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3년 3월만 해도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10%대 초반이었다. 1년여 만에 거의 두 배로 보급률이 높아진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인도 시장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3년 4880만대에서 작년엔 8000만대 이상으로 늘었고, 올해엔 1억대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아마존부터 알리바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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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건 스마트폰 업체뿐만 아니다. 최근엔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인도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IT 전문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35억달러에서 올해 60억달러로 두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2600억달러)이나 중국(3000억달러)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규모다. 하지만 성장세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향후 4년간 매년 50% 이상 커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최근 인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전자금융서비스업체 알리페이와 함께 인도의 e커머스 업체인 원97커뮤니케이션즈에 5억7500만달러(약 63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알리바바와 알리페이는 이번 투자로 원97의 지분 30%를 확보할 예정이다. 뉴델리 기반의 원97은 모바일 e커머스업체 ‘페이텀(Paytm)’의 모회사다. 페이텀은 현재 3000만~4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는 인도의 대표적인 e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용자는 2500만명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원97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약 2조822억원) 이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최대 통신업체 소프트뱅크도 최근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스냅딜닷컴’과 ‘오라캡스’에 각각 6억2700만달러, 2억1000만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7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2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 스타트업에도 러브콜 쇄도

지난달 20일 트위터는 인도의 모바일 마케팅 신생기업 ‘집다이얼’을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의 집다이얼 인수를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려는 트위터의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1월에는 페이스북이 인도의 안드로이드 앱 성과 평가업체 ‘리틀 아이 랩스’를 인수했고 구글은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인 ‘임퍼미엄’, 야후는 파일 편집 프로그램을 개발한 ‘북패드’를 사들였다.

인도 스타트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예전보다 신생 벤처기업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과거엔 뛰어난 인도 IT 인력 대부분이 미국 대기업에 고용됐다. 하지만 최근엔 이들이 직접 창업에 뛰어들면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인프라 지원도 성공 배경이다. 인도 정부는 열악한 인도의 창업 환경을 개선하고자 2012년 케랄라주에 ‘스타트업 빌리지’를 세웠다. 스타트업 빌리지는 예비 창업가를 지원하는 벤처기업 육성 시설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