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뮤지컬 '영웅'의 中 하얼빈 공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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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객 눈길 끄는 창작 뮤지컬
FTA로 中시장 진출길 활짝 열려
인력육성·저작권보호 등 전략짜야"
고희경 < 홍익대 교수·객원논설위원 >
FTA로 中시장 진출길 활짝 열려
인력육성·저작권보호 등 전략짜야"
고희경 < 홍익대 교수·객원논설위원 >
![[시론] 뮤지컬 '영웅'의 中 하얼빈 공연 의미](https://img.hankyung.com/photo/201502/AA.9570186.1.jpg)
지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국회 비준 등 법적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올해 문화계 전체가 주목해야 할 핵심적인 경제이슈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문화산업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글로벌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시장이 필요하며 그 해결책은 중국 시장 개척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
민간 공연계는 중국 시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CJ E&M은 종합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차원에서 10여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왔다. ‘맘마미아’ 라이선스 뮤지컬을 한·중 공동제작하고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이 중국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문화계는 소극장에서 대극장, 정부와 민간 차원을 불문하고 한국 뮤지컬계 접촉에 적극적이다. 한국 프로듀서들이 미국 브로드웨이를 방문하듯 이들은 매년 서울을 찾아 블루스퀘어, LG아트센터 등 뮤지컬 전용극장과 대학로 소극장을 순회하며 한국의 창작뮤지컬을 관람하고 있다.
이런 성과로 ‘김종욱 찾기’ ‘총각네 야채가게’ 등 소극장 뮤지컬의 중국어 버전이 공연됐고 ‘광화문연가’ ‘투란도트’ ‘쌍화별곡’ 등 대극장 뮤지컬도 한국어 버전으로 투어 공연을 했다. 오는 7, 8일에는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다룬 ‘영웅’이 하얼빈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이런 소식은 침체된 공연 시장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공연 시장의 중국 진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편이다. 라이선스 수출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소극장 뮤지컬에 머물고 있으며, 대형공연은 여전히 한국 자본을 투입한 작품 알리기 수준이다. 인적 교류는 영·미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 과정에서 기술 분야의 개별 인력 진출, 작가나 작곡가와 같은 개별 예술가의 초청 케이스가 주류를 이룬다. 창작 저작권부터 제작 시스템 전체를 관리하는 전문 프로듀서 기업이 작품의 수출 관계를 책임져야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K팝, 한류드라마 열풍의 실질적인 수익을 중국 기업들이 챙긴다는 소식도 안타깝기만 하다. 굴지의 연예기획사들은 뮤지컬 제작사보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단련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서는 수익을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활발한 투자 환경을 위한 투명한 회계구조, 저작권 등 법적 제도,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통합전산시스템 등 한국 뮤지컬 시장의 실질적 체질 개선은 중국 시장에의 성공적 진출에도 필수적이다. 지금 상황에서 작가, 작곡가, 프로듀서, 스태프들이 개인 역량으로 진출하는 것은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은 배우를 비롯해 창작·기술 스태프 등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이들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뮤지컬 교육 분야는 특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FTA로 매년 20%씩 성장하는 중국 문화시장이 열린 셈인 만큼 체계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중국시장 진출에 따른 위험도 많지만 위험이 없다면 수익도 없는 법이다. 중국이란 거대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고희경 < 홍익대 교수·객원논설위원 heekyungko@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