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사건 은폐·조작 주역"…참여연대등 시민단체도 사퇴 촉구

서울지방변호사회는 4일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에 대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와 조작에 관여한 주역"이라며 "대법관 임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변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박 후보자는 서울지검 검사로 재직하면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1차, 2차 수사에 모두 참여한 바 있으므로 직무를 유기하고 사건을 축소한 데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또 "박종철 사건 수사는 검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로 인해 그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데 20년 이상이 걸렸다"며 "검찰이 당시 외압에 굴복해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 7곳도 이날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박상옥 후보자의 임명동의 철회와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축소 수사해 대법관 자격이 없다"며 "권력의 외압에 굴복해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책임을 통감하고 자진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불법 체포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관들로부터 가혹한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한 끝에 다음날 사망한 사건이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관계기관대책회의 은폐ㆍ조작 의혹'에 대한 결정문에서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직무를 유기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국민에게 은폐사실이 폭로된 이후에야 추가 공범을 포함 치안본부 관계자 등 책임자를 최소한만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은 3일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담당 검사 경력을 고의로 숨긴 의혹이 있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박 후보자는 4일 설명자료를 통해 "당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고 의혹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수사검사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수사검사로서 담당했던 역할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성실하게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설승은 기자 mina@yna.co.kr, 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