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에세이] 1주일에 두 시간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화초 키우는 행복한 시간 20년
    정성 들이면 자라는 게 달라져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한경에세이] 1주일에 두 시간
    꽃이나 화초를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은 세계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도시 미관을 가꾸기 위해 많은 정성과 비용을 들인다. 집 베란다에 꽃을 내다 놓은 풍경부터 미국이나 뉴질랜드, 스위스처럼 외관 환경을 중시하는 나라는 집 앞 잔디를 깎지 않으면 고액의 벌금을 물기도 한다. 그래서 30도가 넘는 더운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잔디 깎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집에 화분이 2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주로 동양란인데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 플로리스트가 하라는 대로 제대로 하려면 아기 보는 것보다 더 힘들다. 물주기를 터득하는 데만 3년이다. 자외선이 강하지 않은 아침 햇볕만 쬐고, 통풍 잘되는 곳에, 물의 양은 흙의 수분기를 봐서 조절해야 한다. 옮길 때도 스트레스 안 받게 흐린 날 서서히 옮기고 심지어 처음 한 달간은 화초가 몸살을 겪을 수 있으니 더 신경 써야 한단다.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물은 1주일에 두 번 정도 그냥 붓고 만다. 10분이면 끝난다. 하지만 겨울에는 베란다가 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동이에 물을 받아서 화분을 담가 놓아야 한다. 족히 두 시간은 걸린다. 그런데 원칙대로 정성을 들이니 이 녀석도 자라는 게 다르다. 겨울인데도 꽃대가 씩씩하게 올라온다. 몸매가 살아난다고나 할까, 잎이 생기를 띠고 도톰해지며 탄력이 생긴다. 끝 부분이 까맣게 죽어가던 잎들도 제 색깔을 찾았다. 벼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실감 난다.

    화분을 담그는 동안 난초를 보며 잎을 닦아준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기도 한다. 마음이 정리되고 몰두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행복하고 편안할 수가 없다. 예전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물주기를 가족에게 맡긴 적이 있다. 어째 화초가 생기를 잃어가는 게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느껴져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그렇게 1주일에 두 시간, 행복한 시간은 이어졌다.

    언제부터 화초를 키웠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족히 20년은 된 거 같다. 이사 갈 때면 하나씩 싸서 다녔다. 그래도 정성을 들인 만큼 반응해주는 맛에, 집안 공기를 맑게 하고 청량함이 더해지는 맛에 화초를 키운다. 식물은 참 정직하다. 슬럼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춘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정성을 들이는 만큼 반응이 온다. 자기한테 잘하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올라오는 꽃대에서 꽃이 피면 어떤 향이 뿜어져 나올지 기대가 된다.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ADVERTISEMENT

    1. 1

      웰컴저축은행, 박종성·손대희 각자대표 체제로

      웰컴저축은행은 이사회에서 박종성 웰컴저축은행 부사장과 손대희 웰컴에프앤디 대표를 신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고 31일 밝혔다.‘IB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종성 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2. 2

      [기고] 고령화·부동산·재정, 주택연금이 잇는 해법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속도보다 구조다. 자산은 주택에 묶여 있고 소득은 충분하지 않다. 많은 고령 가구가 ‘집은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다. ...

    3. 3

      [한경에세이] 예측하지 않는 투자

      국내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는 무려 1084개. 다양한 ETF가 존재하는 만큼 ETF에 투자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에 많은 ETF 투자법이 존재하지만 필자가 추구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바로 &l...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