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담합 '과잉 제재'] 삼성·현대·대림 등 30大 건설사 모두 公共공사 참여 못할 판
‘4대강, 영주 다목적댐, 인천지하철, 대구지하철, 경인운하, 호남고속철도, 낙동강 하굿둑, 서울지하철 919.’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회사인 삼성물산이 지난해 입찰 담합 혐의로 과징금(1347억원) 처분을 받은 공사들이다. 이들 공사에 대한 행정제재인 ‘입찰 참가자격 제한’이 본격화될 경우 최대 4~5년간 공공(公共)공사에 대한 입찰이 불가능해진다.

삼성물산뿐만이 아니다. 시공능력평가 30위 이내 대형 건설회사를 포함해 100위 이내 51곳이 각종 담합 혐의로 입찰 제한 위기에 놓였다. 대규모 담합 판정에 이은 입찰 제한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주요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는 물론 해외 공사 수주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확산되는 입찰제한 공포

[건설사 담합 '과잉 제재'] 삼성·현대·대림 등 30大 건설사 모두 公共공사 참여 못할 판
입찰 담합 제재는 굵직한 것만 네 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하는 과징금과 발주기관의 공공공사 입찰 참가자격 제한 및 감점제도, 관련자(업체) 형사처벌(벌금과 징역), 손해배상청구 등이다.

건설사들은 이 가운데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한 건의 담합이 적발돼도 최장 2년간 모든 공공공사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 현대건설이 지금까지 담합으로 받은 입찰참가 제한 기간을 모두 합치면 160개월이 넘는다.

입찰 제한이 중복되면 중복 기간을 제외하지만 그래도 수년간 입찰할 수 없다. 법원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그때부터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대형 건설회사들이 소송 비용으로만 수십억원씩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 공공공사 중단 위기

공정위의 25개 담합 제재 처분 공사 중 판교신도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공사, 4대강 1차 턴키 등 9건은 부정당업자 제재에 따른 입찰 제한 처분이 내려져 건설회사들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LH 임대주택 공사에 대한 35개 건설사 입찰제한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경우 공공공사 시장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관측이다. 주요 공공공사 입찰 자격을 갖춘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회사 대부분이 수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입찰 참가 기준으로 항만의 경우 남광토건 대우조선해양건설 극동건설 등 4개사만 입찰할 수 있다. 때문에 연내 발주 예정인 충남 홍성~송산 간 복선전철사업, 행복주택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진상화 현대건설 수주담당 상무는 “한 공사 담합 건으로 모든 공공공사에서 배제되는 건 건설회사에 영업을 중단하라는 의미”라고 하소연했다.

◆해외 발주처 눈치보는 건설회사

대형 건설회사들은 올해 해외 수주 목표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를 넘기기 전 으레 나오는 목표치가 2월에 접어들었는데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물량 감소와 함께 발주처에서 국내 담합에 따른 제재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회사가 원자력 발전소를 시공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4대강 담합에 대한 소명을 요구해왔다.

대형건설사 수주담당 임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해외공사 발주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발주처와 경쟁사들이 국내 담합과 관련한 소명을 잇따라 요구해 와 올해 전체 해외건설 수주목표치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