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부인'이 온다…총애받을 한국 주식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수준의 양적완화를 발표함에 따라 '소피아 부인'(유럽계 자금)의 한국 사랑이 진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양적완화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유럽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ECB의 양적완화에 대한 학습효과를 감안할 때 조선, 증권, 운송 등 경기민감주가 소피아 부인의 총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ECB, 양적완화 규모…시장 기대 2배 이상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ECB는 지난달 22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1조1400억 유로 규모의 자산매입을 발표했다. 기간은 오는 3월에서 내년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자산을 매입한다.

매입 대상 채권은 유로지역 회원국과 중개기관 등이 발행한 유로 표시 투자등급 채권과 함께 자산유동화증권과 커버본드 매입을 포함한다. 각 회원국 중앙은행이 ECB 자본 출자액 비율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번 양적완화 규모는 시장 예상치였던 5000억 유로의 2배 이상이며 2%의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채권 매입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사실상 무제한·무기한 양적완화로 평가된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ECB의 양적완화가 월간 600억 유로 규모로 월간 850억 달러에 달했던 미국 중앙은행(Fed)에 비해 작지만 유동성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수신금리가 마이너스 0.2%인 상태에서 시행됐다는 점에서다.

Fed의 양적완화 때는 미 은행들이 Fed에 자금을 재예치함으로써 양적완화 효과를 희석시켰지만, 현재 유로존 은행들은 ECB에 재예치하면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자금이 증시 등으로 흘러갈 여력이 높다졌다는 설명.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ECB의 양적완화로 소피아 부인의 지갑이 한국 증시를 향해서도 활짝 열릴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ECB의 막대한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확보된 만큼 3월 자산매입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유럽계 자금의 점진적 유입이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ECB 양적완화는 단발성 재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 기대감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는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는 이미 펀드 흐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지난 달 22일부터 28일까지 글로벌 펀드 흐름을 보면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으로 모두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흥시장으로는 11주만에 처음으로 순유입이 기록됐고, 서유럽으로는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돼 양적완화 기대를 반영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한국 펀드로도 1억600만 달러가 유입되며 3주 연속 자금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볼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 유럽계 '대형주' 집중…증권·건설·운송 등 주목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12월 ECB의 기준금리 인하와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결정 이후 3개월 동안 유럽계 자금(영국 포함)은 5조원 가량 국내 증시로 유입됐다.

이후 2012년 한해 동안 6조5000억원 이상 유입됐다. 또 2013년 9월~10월에는 ECB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4조8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과거 유럽계 자금의 한국 시장 매수강도가 높았던 기간 외국인의 매수가 두드러졌던 업종은 건설, 철강과 금속, 증권, 운수장비 등 경기민감 업종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외국인 매매 비중이 높았던 전체 기간에서 전기전자, 보험, 은행 등의 순으로 매수강도가 나타났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또 외국인 매매 비중이 높은 기간의 전체 월 평균 매수 비중은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에 따라 각각 시가총액의 0.54%, 0.20%, -0.01%였던데 반해 유럽계 자금의 비중이 높았던 기간의 월 평균 매수 비중은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가 각각 0.30%, 0.07%, 0.01%로 대형주 집중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의 매매에 건설, 증권 업종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뚜렷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면서도 "전기전자 업종 등 한국에 특화된 업종보다는 보편적인 업종에 대한 상대적인 선호가 강한 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연구원도 "유럽계 자금의 유입 추세가 시작된 1차 LTRO 이후 3개월 동안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은 증권, 건설, 철강 등 경기민감 업종이 대부분이었다"며 "유럽발 유동성 효과로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민감주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습효과를 감한할 때 증권, 건설, 운송, 조선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