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재테크 수단인 ‘펀드’가 올해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7년 500조원을 넘어선 지 불과 7년 만이다. 투자 자산이 다양해지면서 펀드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 예·적금 외에는 주식형·채권형 펀드가 전부였지만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파생상품, 특별자산,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펀드 등으로 투자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뿐만 아니라 연금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타깃데이트펀드(TDF) 등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다. 자산운용사들은 자본시장 활황기를 맞아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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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장, 10년 만에 7배 성장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펀드 순자산액은 지난 16일 기준 1065조1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뒤 꾸준히 자금이 늘고 있다. 첫 펀드가 탄생한 이후 2017년 순자산총액 500조원을 달성하기까지 47년이 걸렸지만 7년 만에 두 배인 1000조원을 넘어섰다.

펀드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투자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식이 부족하거나 정보를 발굴할 시간 여유가 없는 개인투자자가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길 수 있어서다.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2020년 이후 ETF 시장이 활성화돼 기초자산이 다양해지면서 ETF로 주식뿐만 아니라 원자재, 채권, 통화 등에도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

ETF 성장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4년에는 순자산 규모가 20조원도 안 됐지만 올해 4월 140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공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던 자산운용사들은 ETF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후발주자도 저마다 특색 있는 상품을 내놓으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2002년 4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23곳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ETF라는 ‘그릇’에 다양한 투자 상품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한다. 초창기에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밖에 없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 투자 붐이 일며 해외 주식형 ETF가 도입됐고 이후 갈수록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만기가 있는 채권형 ETF, 초장기채에 투자하는 ETF,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추종하는 ETF까지 등장하며 투자자들이 ETF로 다양한 매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공모 펀드 대비 낮은 수수료와 거래 편의성 등도 ETF의 장점으로 꼽힌다.
펀드 1000조원 시대, ETF·TDF도 고속성장…재테크 '항로' 맑음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TDF 시장

자산운용업계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는 연금시장이다. 운용사들은 TDF와 타깃인컴펀드(TIF),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펀드 등을 활용해 연금 자산 투자와 관리를 돕는 데 힘을 쏟고 있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목표 시점을 선택하면 그 시기까지 자산을 알아서 최적으로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젊을 때는 위험 자산인 주식을,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안전 자산인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TDF로 운용되는 연금 자산은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TDF가 국내에 처음 나온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TDF는 출시 2년 만에 순자산 1조원을 넘어선 뒤 4년 만인 2020년 5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다시 3년 만에 2배 성장하며 연금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TDF 중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TDF알아서ETF포커스’였다. 2030(13.34%), 2035(14.31%), 2040(15.57%), 2045(17.15%) 등 주요 빈티지(TDF의 목표 은퇴 시점)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2050 TDF 중에서는 ‘마이다스기본TDF’가 18.22%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6.01%)을 7~12%포인트 앞질렀다.

‘NH-아문디 하나로TDF’ ‘KCGI 프리덤TDF’ ‘KB다이나믹TDF’ 등도 주요 빈티지에서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NH-아문디 하나로TDF는 최근 1년간 2035·2040 빈티지에서 각각 수익률 13.03%, 15.06%를 내며 2위에 올랐다.

TDF가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은 성장률이 높은 자산군 선별, 변동성을 줄이는 자산 배분 등에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각 자산의 장기 기대수익률, 상관관계 등을 분석하는 모델인 ‘장기자본시장가정’을 개발해 이에 맞는 ETF를 편입하는 패시브 전략을 쓴다.

전문가들은 TDF를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샤프지수(투자 위험 대비 수익률)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 시점이나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