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업생산 증가율 0%…제조·건설업 성장동력 '기진맥진'
지난해 실물경기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본격적인 저성장’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리고, 정부가 46조원 이상 돈을 풀었지만 실물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기 회복을 주도해야 할 제조업, 건설업 등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

지난해 전산업생산지수가 전년보다 1.1% 상승하는 데 그친 주된 이유는 제조업 부진이다. 지난해 광공업생산 증가율이 0%로 사실상 관련 산업의 성장이 멈췄다. 지난해 광공업 출하(-0.2%), 재고(-2.9%) 증감률은 각각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 광공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2%에 달한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수출이 크게 늘지 못하고 자동차 파업 여파로 제조업이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경기도 부진했다. 지난해 건설수주실적은 전년에 비해 0.8% 감소했다. 2013년에는 10.1%나 올랐지만 지난해 뒷걸음질쳤다. 전 과장은 “지난해 4분기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이 준 탓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4분기 건설투자는 9.2%(전분기 대비)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서비스업생산(2.2%), 소매판매액지수(1.6%), 설비투자(4.6%) 등 다른 경제지표는 전년보다 개선됐다.

기업 체감경기 더 싸늘해져

이런 지경인데도 정부는 낙관적이다. 지난해 12월 경제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에서다. 12월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0.9%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0.8%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광공업생산이 늘어난 데 힘 입었다.

광공업은 자동차(6.3%), 반도체 및 부품(4.4%) 등의 생산 호조로 전월보다 3.0% 늘었다. 2009년 9월 이후 5년3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소매판매도 의복 등 준내구재(5.9%),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3.2%) 판매가 늘어 전월보다 2.2% 증가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광공업 생산이 자동차 업계 파업 종료 이후 점차 회복되는 등 주요 지표의 개선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제조업의 업황 BSI는 73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4월 82였던 이 지수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5월 79로 하락한 뒤 9개월째 70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월 제조업 업황 전망 BSI는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한 73에 그쳤다. BSI는 기업이 실제 체감하는 경기상황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