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이 신성장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자가격표시기(ESL)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5년 전 먼저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기와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스마트폰 부품 시장에서 격돌했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자존심 싸움이 ESL 시장으로 확장된 것이다. 글로벌 ESL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아직 존재감이 작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무선통신·제어, 전자부품 경쟁력을 갖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LG “올해 매출 목표 1000억원”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이달 초 ESL사업 전담팀을 신설하고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유통업체를 겨냥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전담 연구개발(R&D) 조직과 마케팅 인력도 확보했다.

이웅범 LG이노텍 사장은 신성장 동력으로 ESL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그간 쌓아온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점도 LG가 ESL 시장에 눈독을 들인 이유다. 업계와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조원 남짓이던 ESL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2조원으로 커지는 데 이어 2017년에는 5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시장 진출 첫해인 올해 매출 목표를 1000억원으로 잡았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이 6조원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ESL은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전담조직을 통해 북미와 유럽, 아시아 지역의 대형 유통업체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품 라인업으로는 19종을 내놨다. 화면 크기에 따라 1.5~9인치까지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고 모든 제품에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탑재했다. 저전력 무선통신 기술인 지그비와 와이파이 기술 등을 통해 전력 소모를 줄인 게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기 “유럽 이어 미국 사업 확대”

삼성전기는 2009년부터 신성장 사업으로 ESL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로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부품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ESL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등 판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작부터 경영진이 ESL 판로 확대를 위해 수시로 유럽 출장길에 올라 세계 대형 유통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과 독일 유통업체와 신규 공급계약을 맺었고 국내에선 홈플러스 11개, 롯데명품관 1개, 이마트 2개 등 총 14개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화면 크기 1.6~6인치대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 35종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기의 ESL 매출은 2013년 450억원에서 지난해 약 1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2000억원을 내부 목표로 잡았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유통 중심지로 꼽히는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낸 뒤 미국 등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ESL 시장에서 프랑스 SES와 스웨덴 프라이서가 1, 2위를 다투는 등 유럽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유럽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ESL(전자가격표시기)

유통 매장에서 종이 등에 표시해온 상품명과 가격, 로고 등 상품 정보를 표시하는 디지털 기기다. 저전력 무선통신 기술과 전자종이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해 플라스틱 태그에 상품 정보를 표시해준다. 소비자는 보다 풍부한 상품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유통업체는 계산대 등에서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를 대량으로 쉽게 전송할 수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