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의결정족수 기준을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는 상법개정안이 발의됐다고 한다. 노철래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주총 보통결의 기준을 ‘출석 주주 50% 이상 찬성+전체 주주 25% 이상 찬성’에서 ‘출석 주주 50% 이상 찬성’으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옳은 방향이고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껏 정부는 대주주 독단을 막는다는 허울 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의결권 규제 제도들을 도입해 왔다. 소액주주 보호, 대주주 3%룰 등이 모두 그렇게 도입됐다. 그러다 보니 회사 경영권은 더욱 불안해지고 증권시장은 소위 투기자본의 놀이터나 현금지급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1991년 도입된 의결권 대리 행사제도(섀도보팅)를 폐지키로 하면서 때아닌 감사 교체 소동이 있었다. 대주주 3%룰 등으로 의결권의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 주주 4분의 1 참석에 그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는 감사 선임 절차를 밟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섀도보팅 폐지가 2017년 말로 3년 유예되면서 당장의 혼란은 피하게 됐지만 과도한 수준인 의결정족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였다.

사실 대부분의 주식 규제가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에서 나온 것인데 여기엔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 주주 특히 소액주주는 주식 매매행위 자체가 의결행위다. 정치와 주식시장에서 1인, 1주 표결권 개념은 엄연히 다르다. 정치에서 국민은 국적을 쉽게 바꿀 수 없지만 회사의 주주는 회사 경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순간 주식을 팔아버리면 그만이다. 기업 경영에 대해 갖는 의무 역시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같을 수 없다. 전혀 다른 것을 구별없이 같게 취급하는 지금의 의결권 구조는 기업경영을 정치판의 권력쟁탈전처럼 생각하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차제에 장기투자자에게는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가 뉴욕에 상장한 이유도 차등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상장사가 잘 돼야 주주들도 혜택을 본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