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수도권 규제 완화를 처음 공식화하면서 향후 규제 완화 방식과 폭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수도권 규제에 묶여 생산시설 신·증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로선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민과 정치권의 집단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향후 완화 경로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盧·MB '찔끔찔끔' 완화…朴, 전면개혁 '승부수' 띄울까
○노무현 “수도권을 경제중심지로”

박 대통령이 이날 수도권 규제 완화를 언급한 것은 올해 경제운용의 양대 축으로 내세운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의 동력을 적극 살려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최근 세종시 3단계 이전과 함께 주요 공공기관의 지방 혁신도시 이전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등 그동안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만큼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도 손질할 시기가 됐다는 뜻을 국민에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은 과거 세종시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대신 수도권은 경제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대선 공약집에 ‘수도권 억제 시책의 재정립’이라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포함시켰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 서울은 해양과 대륙을 잇는 세계 금융·업무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고 인천은 물류와 정보기술(IT), 기흥·남양주는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며, 인천~수원 사이에 첨단산업 벨트를 구축해 기술개발과 산업의 기지로 키운다는 내용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은 2003년 10월 당시 고건 국무총리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 전 총리는 “충청권 행정수도를 건설하고 240여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수도권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2004년 4월 첫 결실이 나왔다. 공장총량제의 설정 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장 설립을 3년치 총량 범위에서 할 수 있도록 제도운용 틀을 유연하게 바꾼 것이다.

○이명박 “기업들 지방 아닌 해외로”

이명박 정부도 수도권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2008년 10월30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산업단지에 있는 공장은 대·중소기업이나 업종에 관계없이 신·증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확정한 것. 수도권 내 기업 투자가 묶여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더디다는 경제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후보자 시절인 2007년 9월 수원 지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도권 규제로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해외로 나갔다”며 규제 합리화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수도권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은 번번이 좌절됐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활성화법 등 핵심 법이 온존한 상황에서 ‘찔끔찔끔’식 규제 완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한 지방 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접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풀기보다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윈·윈할 수 있는 종합 상생방안을 마련해 국민을 설득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이 2008년 11월 대선 유력주자 신분으로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반대하면서 “지방 경제 활성화나 투자 환경 개선 등의 대책이 전제된 뒤에야 수도권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했던 ‘원칙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 6만㎡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서 6만㎡를 초과한 공업용지는 조성할 수 없다. 3만~6만㎡의 공업용지를 개발하려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김주완/이현일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