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4만5천명 실직…KB+신한 직원 수 맞먹어
지난해 금융권 종사자가 4만5000명(계약직 포함)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2만5000명)과 신한금융(2만3000명)을 합친 규모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때문이다. 평균 연봉이 많은 금융업계의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 전반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뜻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 비중도 갈수록 쪼그라들어 5%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금융맨, 5년 전 수준으로 줄어

7일 통계청, 한국은행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 종사자는 모두 81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12월 85만9000명과 비교하면 11개월 새 4만5000명 줄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 취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2009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권 취업자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전체 산업별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2013년 12월 3.4%에서 지난해 11월 3.1%로 감소했다.

금융권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회사들이 지난해 초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영향이다. 증권사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외국계 은행과 보험회사로 몰아쳤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초에만 2000여명을 희망퇴직 등을 통해 내보냈다. 삼성생명은 1000명을 감축했다. 한화생명도 작년 상반기 대규모 추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같은 인력 감축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저성장·저금리 체제 고착화와 온라인 거래 증가 등으로 금융산업 환경이 급변한 데 대해 금융회사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금융권의 순이익은 2011년 이후 줄곧 가파른 내리막이었다. 증권업계는 상당수가 적자로 내려앉았다. 금융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5.8%에서 2013년 5%로 줄었다. 이렇게 되자 금융회사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 축소를 선택한 것이다.

◆금융사 수익성부터 담보돼야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하는데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경기가 좋아지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업계 분위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직은 잠잠한 국내 은행에까지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은 적자 점포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은행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금융노사가 금융사 무기계약직을 올해부터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데다 내년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면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각 은행은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직원들에게 웃돈을 주는 방식으로 정년 전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에 대해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 금융, 중소기업 금융 등에 대한 요구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금융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