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안건 중 8.3% 반대, 전년보다 2.5%포인트 줄어

지난해 국민연금이 행사한 의결권 가운데 반대 의견을 낸 비중이 전년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3천30건) 가운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전체의 8.3%인 251건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중립이나 기권한 경우는 39건(1.3%)이었다.

나머지 2천740개(90.4%)의 안건에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해 반대 안건 비중은 2013년(10.8%)보다 2.5%포인트 줄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반대 비중은 2006년 3.7%에서 2007년 5.0%, 2008년 5.4%, 2009년 6.6%, 2010년 8.1%, 2011년 7.0%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2년에는 상법 개정과 관련해 정관 변경 반대 안건이 높아 반대 비중이 17.0%까지 치솟았다.

2012년을 제외하고 2013년에 처음으로 10%를 넘었던 반대 비중은 작년에 다시 10% 아래로 떨어졌다.

항목별로 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사 및 감사 선임(186건)에 가장 많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전체 반대 안건의 74.1%가 이사와 감사 선임에 몰렸다.

국민연금은 특히 지난해 중소기업은 물론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한진칼, 에쓰오일 등 대기업들의 이사 선임에도 반대했다.

과도한 겸직과 독립성 취약, 기업가치 훼손, 주주 권익 침해 등이 이유였다.

지난해 3월에는 국민연금이 만도의 주총에서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내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당시 만도가 100%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부실 모기업을 지원하려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셌고 국민연금도 이에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주총에서 안건이 실제로 부결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의 동참이 없어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대주주의 우호지분에 막혀 그저 사표(死票)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아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연금 측은 합병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국민연금뿐 아니라 주가 급락에 불안을 느낀 다른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하면서 양사의 합병은 불발로 끝났다.

의결권 행사는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기업 견제를 위한 연기금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 배당에 대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제약 요인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을 손질하고 나섰다.

연기금이 기업의 배당 결정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미치더라도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다만 과거 사례에서 보듯 국민연금 홀로 반대표를 던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이 단일 주주 기준으로는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주총에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기에는 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영향력 있는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다른 기관들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 혼자 힘으로 주총에서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주주권 행사를 위한 지침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