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불법 거래가 여전한 데다 금융사기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금융사기의 필수품’으로 불리는 ‘대포통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포통장 7분마다 1개꼴로 생겨나…"개인정보 거래 사이트 집중 단속해야"
지난해 개설된 대포통장은 금융감독원의 공식집계(6만개)보다 30% 이상 많은 8만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7분마다 1개씩 만들어지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열 차례의 크고 작은 대포통장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포통장은 사기범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타인 명의로 소유한 자유입출금통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포통장은 2012년 3만7542개에서 2013년 3만7883개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2014년의 대포통장 증가율은 공식적으로 60%, 추정치로는 110%가 넘는다.

금감원의 공식집계는 금융사기 피해자의 신고로 지급이 정지된 계좌 수가 기준이다. 피해자들은 대포통장에 조금이라도 돈이 남아있어 되찾을 가능성이 있는 계좌만 신고하기 때문에 잔액이 ‘0원’인 통장은 아예 신고조차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대포통장의 실제 규모를 훨씬 늘려서 잡는 배경이다.

대포통장이 이처럼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는 겉돌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대책 탓이 크다. 금융사기는 크게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피싱 등 사기 수법을 개발하면 개인정보를 빼내 사기 대상자를 구한다. 사기범죄가 ‘성공’하면 통장모집책으로부터 대포통장을 구입하고 자동인출기(ATM) 등으로 돈을 찾는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금융사기를 막지 못하면 대포통장은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빈틈없는 정보보호에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보보호를 위해서 보안 장치가 없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정보를 활용해 대출 권유 문자 등을 수만건씩 대량으로 대리 발송하는 업체에 대한 통제 강화도 필요하다.

한 보안 전문가는 “개인정보 거래가 이뤄지는 인터넷 사이트만 집중 단속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포통장을 줄이려는 노력도 물론 병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본인 확인만 되면 통장을 개설해주는 은행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장을 만들 때 목적과 증빙서류를 직접 확인하고 개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포통장 개설이 많은 금융회사에 개선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금융사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면 현금 인출이나 이체를 미리 중단하는 방안을 조만간 도입할 계획”이라며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개인정보 불법거래부터 사기범죄로 돈을 가로채고 대포통장을 만드는 과정까지 단계별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서/김일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