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4% 넘게 빠진 채로 마감했지만 설정액 1조원 이상의 초대형 펀드를 굴리는 4명의 펀드 매니저는 코스피를 크게 웃도는 수익률로 운용 역량을 한껏 과시했다. 이들은 펀드 사이즈가 커질수록 수익 내기가 힘들다는 시장의 통념을 깼다.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박현준 한국투신운용 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주식형펀드 ‘큰손’으로 꼽히는 이들 4명의 매니저에게 올해 증시 전망을 들어봤다.
펀드 매니저 4人 2015 시장 돋보기

배당株, 대주주 지분율 높은 기업
'신영밸류고배당' 박인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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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희 팀장이 굴리고 있는 ‘신영밸류고배당’은 설정액 3조1904억원의 국내 최대 공모형 펀드다. 지난해 배당주가 각광받으며 몸집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수익률도 지난해 7.62%를 기록, 코스피 성과(-4.76%)를 12%포인트가량 웃돌았다. 박 팀장은 배당주가 올해 증시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약한 상황이라 기업 펀더멘털(내재가치)보다는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배당주들이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기존 고배당주보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꾸준한 실적을 내는 우량주들이 재평가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도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아 선제적으로 투자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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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배구조 관련株 너무 올라
'KB밸류포커스' 최웅필 상무


최웅필 상무는 4명의 매니저 중 유일하게 올해 증시를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그가 운용하는 ‘KB밸류포커스’는 지난해 6%의 수익을 낸 것은 물론 5년 연속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그는 “올해도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이익개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며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힘든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이익과 탄탄한 현금흐름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구조적인 성장을 이어간 기업들을 선별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게임, 포털, 전자결제 등 모바일 관련 주식도 올해 눈여겨볼 종목으로 꼽았다.

반면 “제일모직 삼성SDS처럼 지배구조 관련 종목이 과도하게 급등했다”며 “올해 이들 종목이 코스피지수를 짓누를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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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대형주 보험·유틸리티 유망
'한국밸류10년투자' 이채원 부사장


‘한국밸류10년투자’를 운용하는 이채원 부사장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정부의 내수경기 부양 정책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중소형 가치주 장이 지속됐지만 하반기부터는 대형 가치주들이 상승할 것으로 점쳤다.

이 부사장은 “펀드 내 현금비중을 높여 놓았다”며 “현금이 두둑한 기업, 성장은 없지만 이익이 꾸준히 유지되면서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이내, 주가순자산비율(PBR) 4배 이내 종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보험, 유틸리티 주식을 유망하게 봤다. PER 10배면서 배당수익률 2~3%가 예상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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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매출 비중 높은 서비스·소비株
'한국투자네비게이터' 박현준 부장


박현준 부장이 운용하는 ‘한국투자네비게이터’는 4개 펀드 중 유일하게 대형 성장주펀드로 꼽힌다. 지난해 수익률(-0.67%)이 다른 가치주펀드보다 낮지만 시장 대비 5%포인트를 웃돈다.

펀드 내 대형주 비중이 95% 이상임에도 지난해 대형주 부진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 박 부장은 “올해 실적 개선이 나타나는 대형주들의 반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기업들의 이익 규모는 줄었지만 실적이 증가한 기업 수가 늘어나는 등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서비스·소비주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수출기업들의 실적 성장을 눈여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