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금융사기 1년새 5배 '폭증'…피해자 절반이 노인층
지난해 1월 카드회사에서 1억건이 넘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이후 정부는 수차례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피싱’ 등 금융사기 방지대책도 포함됐다. 궁극적으론 개인정보 유출을 막아 금융사기를 예방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금융사기에 따른 피해는 되레 늘었다. 특히 1억원 이상 ‘거액 금융사기’는 1년 새 5배가량 급증했다.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층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전체 금융사기 피해자의 1인당 피해액도 최근 1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교묘해지는 거액 금융사기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피싱, 스미싱, 파밍, 메모리 해킹 등에 따른 1억원 이상의 거액 금융사기는 1년 새 5배 급증했다. 2013년 1~10월 동안 거액 금융사기 건수는 11건이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 52건으로 크게 늘었다.

피해액도 2013년 1~10월 15억원에서 작년 같은 기간 75억원으로 급증했다. 거액 금융사기의 건당 평균 피해금액은 1억4000만원이었다. 단일 피싱 사기로 인한 최대 피해금액은 2억8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억원 이상 거액 금융사기의 경우 전체 금융사기의 1% 정도(금액 기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로 비중이 높아졌다”며 “금융사기가 그만큼 교묘해지고 조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 금융사기는 주로 60대 이상 노인층을 상대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피해자의 31%가 70세 이상 노인이었으며 60대가 23%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이 노인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이어 50대(21%), 40대(13%), 30대(11%) 순이었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20대는 거액 금융사기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노인을 상대로 한 거액 금융사기의 경우 스미싱이나 파밍보다는 전통적인 보이스피싱을 이용한 사례가 7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피해액 1000만원 넘어

거액 금융사기뿐만 아니라 금융사기 전체를 놓고 봐도 피해액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금융사기에 따른 피해신고액은 2600억원(4만6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2012년(1510억원·4만4000건)과 비교하면 70%, 2013년(2240억원·5만건)보다는 16%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는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피해액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신고하지 않은 금융사기를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지난해 5300억원(13만5000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피해액은 2012년 910만원에서 2013년 740만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10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사기가 계속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피해액을 돌려받는 사례는 줄고 있다. 금융사기 피해금 환급률(총 환급액/총 피해금액)은 2012년 20%에서 2013년 14.5%로 내려갔다. 지난해엔 11~12%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기로 1000만원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110만원 정도만 돌려받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1년여간 △지연인출제도 △대포통장 근절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 △전자금융사기 예방 서비스 △불법 금융사기 전화번호 신속이용 정지제도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되레 금융사기가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문 등 생체정보를 활용해 자동화기기(ATM)에서 본인 외에는 출금을 제한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추가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