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떠올랐던 국내 펀드 계좌 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100만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 침체, 펀드 수익률 정체, 펀드매니저에 대한 신뢰 저하 등이 겹치면서 인기가 식은 탓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펀드 계좌 수는 1427만개다. 펀드 가입 열풍이 정점으로 치달았던 2008년 6월 2511만개보다 1084만개(43.17%) 줄었다. 6년5개월여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묻지마 펀드’란 말이 생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6년 1월 처음으로 1000만개를 넘어서며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3억만들기 솔로몬 등의 주식형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내며 ‘펀드 붐’을 주도했다.

2006~2007년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봉쥬르차이나 등 중국 투자 비중이 큰 해외 주식형펀드들이 히트했다. 펀드 계좌 수는 2007년 10월 2000만개를 돌파했다.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말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로 중국 주식시장이 급락한 게 ‘쇠락’의 단초가 됐다. 인기 펀드들의 설정 이후 수익률이 -60%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특히 주식형펀드의 신뢰 회복이 더딘 편이다. 2008년 6월 1817만개로 고점을 찍은 주식형펀드 계좌 수는 지난해 11월 말 607만개로 거의 3분의 1 토막 났다. 반면 채권형펀드와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가입하는 사모형펀드 계좌 수는 늘고 있다. 채권형펀드 계좌 수는 2011년 말 55만개에서 지난해 11월 92만개로, 사모형은 같은 기간 9만1000개에서 13만8000개로 증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