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팀 코리아'로 해외시장 개척을"
일본은 1959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3129억달러를 지원했다. 중국의 지원액도 413억달러에 달한다. 일본과 중국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수주해왔다.

반면 한국의 경제원조액은 107억달러에 불과하다. 일본, 중국과의 지원 격차를 한국은 대통령 순방외교로 극복해왔다. 최근 2년간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외교를 통해 수주한 해외 사업만 502억달러에 달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순방외교 성과와 활성화 방안을 들어보는 지상좌담회를 열었다.

▷사회=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상외교가 많아지고 있다.

▷윤상직 장관=세계 주요국 정상은 해외 순방을 통해 자국 기업의 이익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추세다. 우리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년간 81차례의 정상외교를 통해 기업의 해외 사업을 돕고 있다. 그 결과 502억달러의 해외 사업 수주라는 결실을 봤다.

▷박태호 교수=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얻어낸 게 참 많다. 석탄화력발전소(카자흐스탄), 가스전(우즈베키스탄) 등 개별 사업도 있지만 7억5000만달러의 해외 직접투자도 유치했다.

▷사회=기업들로서도 대통령 순방외교가 실제 도움이 되나.

▷김신 사장=삼성물산은 2007년부터 카자흐스탄 발하슈의 초대형 발전소 건설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 끝에 2009년 48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그런데 투자를 위한 법·제도 미비로 3년이 넘도록 사업 착수를 못하다가 지난 6월 박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방문 때 이 문제를 언급한 뒤 일사천리로 승인 절차가 진행됐다.

▷최병오 회장=중소·중견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낮은 인지도다. 대통령 해외순방 때 같이 나가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도 스위스 아웃도어의 아시아 판권을 인수하는 협상이 지지부진했는데,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협상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윤 장관=해외에선 우리 정부와 기업을 ‘팀 코리아’로 본다. 정부가 기업과 팀을 이뤄 세일즈를 하러 온다고 보는 거다. 정부는 내년 대통령 순방 때 중소·중견기업을 적극 참여시킬 계획이다.

▷사회=앞으로 순방외교에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점은.

▷이승철 부회장=지난 2년의 정상외교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선진국 중심이었다. 그런데 기업들이 원하는 곳은 개발도상국 시장이다. 2030년까지 개도국에서만 40조달러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가 발주될 예정이다. 내년 이후 경제 외교의 초점을 개도국에 맞춰야 한다.

▷김 사장=맞는 얘기다. 우리 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개도국 인프라 사업이다. 이런 사업 수주는 기업 역량만으로는 안된다. 정부가 적극 도와줘야 한다.

▷이 부회장=일본처럼 정상외교 때 글로벌 인프라 사업 수주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설계·건설·엔지니어링·시스템통합(SI) 등을 패키지로 묶어 경제사절단을 보내는 것도 고려했으면 한다.

▷박 교수=정상외교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도 안 된다. 장관들이 정상회담 전후로 현지에서 한국 기업 세일즈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사회·정리=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